# 직장인 김영진(35·가명) 씨는 퇴근 후 저녁 늦게 테니스장을 찾는 것이 일상이다. 낮보다 기온이 내려가 쾌적한 환경에서 운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조명 주변으로 벌레가 몰려 불편이 컸던 김 씨는 어느 날 귓속에 날벌레가 들어가는 일을 겪게 됐다. 귀 안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놀란 그는 동료에게 핀셋으로 제거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오히려 벌레가 더 깊숙이 들어가 급히 병원을 찾았다.
날벌레 활동이 활발해지는 요즘 같은 시기에는 귀에 벌레가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성급하거나 잘못된 대처는 귀 내부를 손상시키거나 벌레가 더 안쪽으로 침투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강서 소리의원 배성천 원장은 “벌레가 외이도 안에서 움직이거나 고막을 자극하면 심한 통증과 함께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릴 수 있다”라며 “이럴 때 면봉, 핀셋, 손가락 등을 이용해 무리하게 제거를 시도하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으므로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면봉과 핀셋 사용 시 벌레를 꺼내기 보다 오히려 안쪽으로 밀어 넣는 경우가 많다. 면봉은 구조상 정밀하게 조작하기 어렵고, 핀셋은 날카로운 끝으로 인해 귀 내부를 긁거나 찌를 위험이 있다”라고 말한 뒤 “자극을 받은 벌레가 고막 방향으로 들어가거나 귀 안 조직을 물고 긁는 행동을 할 경우 염증, 출혈, 청력 저하 같은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벌레가 외이도 입구에 보인다면 침착하게 벌레가 들어간 쪽 귀를 아래로 향하게 고개를 기울이고 가볍게 흔들어 자연스럽게 빠져나오도록 유도하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 이때 귀를 손바닥으로 세게 치면 벌레를 자극해 더 깊숙이 들어가게 만들 수 있으므로 피하는게 좋다.
배성천 원장은 “외이도는 좁고 S자형 구조를 가지고 있어 일단 안으로 들어간 이물질은 쉽게 빠져나오지 않는다. 흔히 불빛을 비추면 벌레가 나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오히려 벌레가 빛을 피해 더 깊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어 조심해야 한다”라며 “벌레가 나온 것처럼 보여도 일부 사체가 남아 있거나 귀 내부에 상처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비인후과에서 귀 상태를 정확히 확인받는 것이 안전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귀에 벌레가 들어가는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야외 활동 전 달콤한 향이 나는 향수나 로션 사용을 피하고, 벌레 퇴치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야간에는 조명을 귀 가까이에 장시간 두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