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대격변] 한국 배달앱 수수료, 정말 비싼가요?…해외와 비교해보니

억울한 국내 배달 플랫폼 업계
日·中 10~25%대… 韓은 평균 9.8%
“서비스 품질·기사 단가 심화 우려”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유통업계 전반에 규제 강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당장 긴장하는 곳이 배달 플랫폼 업계다. 이 대통령은 배달앱을 포함한 유통 플랫폼의 수수료 체계를 주요 개혁 과제로 삼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배달 플랫폼이 과도한 수수료, 배달비로 불공정 구조를 고착화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아직 논쟁의 여지가 있다.

 

국내 못지 않게 배달이 활성화된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등 주요국 사례와 비교하면 오히려 한국은 수수료와 배달비 모두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는 플랫폼 규제의 실효성과 정책 타당성을 점검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 중개 수수료율은 평균 7.8∼9.8% 수준이다. ▲일본 ‘우버이츠’는 10~15% ▲미국 ‘도어대시’는 15~30% ▲중국 ‘메이투안’은 18~25% ▲대만 ‘푸드판다’는 20~30%로 한국보다 월등히 높은 수수료율을 유지하고 있다.

배달 문화가 발달한 일본, 미국, 중국, 대만 등과 배달 앱 수수료를 비교했을 때 한국 배달앱의 수수료는 높은 편이 아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일본: 우버이츠가 과점, 배달비 소액에도 부과

 

일본은 코로나19 사태를 기점으로 배달 문화가 급속히 성장했다. 일본 도쿄에 거주하는 직장인 정모 씨(34)는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 우버이츠를 이용한다”며 “데마에칸, 메뉴(menu) 같은 앱도 있지만 지역 기반 배달앱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처럼 특정 금액 이상 구입하지 않으면 배달이 안 되는 것은 아닌데, 대신 소액의 배달료가 따로 붙는다”며 “우버이츠 배달료의 경우 적지 않은 편이다. 250엔(한화 2300원)에서 600엔(5600원) 정도”라고 덧붙였다.

 

◆미국: 한 끼에 4만7000원, 수수료만 40%

 

미국 역시 코로나 이후 배달 수요가 급증했다. 세계적 물가 상승 속에서도 사람들은 ‘즉시 배송’의 편리함을 택하고 있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가 배달앱으로 음식을 주문할 때 매장 가격 대비 평균 72%를 더 지불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번의 주문에서 소비자가 지불하는 총액은 평균 34.4달러(약 4만7230원). 이 중 수수료와 팁 등 배달 관련 비용이 43.6%를 차지했다. 단순한 ‘음식 중개’의 개념을 넘어, 배달 자체가 프리미엄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소비자 불만 증가… 공동주문 모델 등장

 

중국도 최근 배달비 인상과 할인 축소로 인해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묘청 원더라운드 대표는 “음식값은 그대로인데 배달비와 수수료가 함께 붙으면서 총액이 눈에 띄게 올라간다는 불만이 많다”며 “요즘은 배달 대신 직접 픽업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투안(美团)은 ▲플랫폼 배달 ▲자체 배달 ▲공동 주문 모델 ‘핀하오판(拼好饭)’ 등 세 가지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플랫폼 배달은 소비자가 주문 시 자동 계산된 배달비를 내고, 가맹점은 별도로 이행 서비스료(건당 약 3~8위안, 한화 570∼1520원)를 내는 식이다.

 

배달은 메이투안 소속 배달원이 담당한다. 반면 자체 배달을 선택한 가맹점은 배달비를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무료배송, 일정 금액 이상 무료 등의 마케팅도 가능하다. 이럴 경우 플랫폼 수수료는 면제되지만, 여전히 기술 서비스 수수료(6~8%)와 광고비는 발생한다. 다만 자체 인프라가 부족할 경우 소비자 불만이나 패널티 위험도 따른다.

 

메이투안은 소비자 반발을 완화하기 위해 공동주문 시스템 핀하오판을 운영 중이다. 같은 식당, 동일 시간대 주문을 묶어 한 번에 조리·배달하는 구조다. 소비자는 이미 생성된 주문 그룹에 참여하거나 스스로 그룹을 만들 수 있다. 제한 시간(30분) 내 인원이 모이지 않으면 자동 환불된다.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단일 식사 세트가 1.9~15위안(한화 286∼2860원) 선으로 일반 배달보다 평균 15% 저렴하다. 묘청 대표는 “2024년 1분기 기준 핀하오판의 일평균 주문 수는 약 500만 건으로 전체 배달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한국 배달앱에도 적용할 만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국내 배달 플랫폼 업계 “지나친 규제 되레 독이 될 수도”

 

이처럼 배달앱의 수수료, 배달비 문제는 비단 국내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렇다보니 국내 배달 플랫폼 업계는 지나친 규제가 업계에 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낮아지면 배달기사의 단가가 줄어들고, 이는 서비스 품질 저하 및 기사 이탈로 이어진다”며 “결국 대형 브랜드 위주로 배차가 몰리고, 소형·개인 업장은 플랫폼 내 노출 기회조차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방 중소도시의 경우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수익성이 낮은 지역은 배달망을 유지할 이유가 줄어들면서 플랫폼이 철수하거나 배달비를 높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플랫폼의 수익 기반이 흔들릴 경우 AI 배차 시스템, 안전관리 기술 등 장기적인 기술 투자 여력도 사라질 수 있다. 업계에서 “정가 판매 구조는 단기적 민심 끌기에는 좋을 수 있지만, 산업 자생력은 무너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규제보단 육성… “생활물류로 인정해야”

 

일각에서는 배달앱을 규제하기보다 ‘생활물류 인프라’로서의 기능을 인정하고 제도권 내 육성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서비스는 단순한 음식 중개를 넘어 생필품·문서·의약품까지 아우르는 생활물류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 제도는 여전히 배달앱을 단순 중개업자로 보며 책임만 지우고 권한은 주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무리한 규제가 그림자 시장을 키울 수 있다. 이미 중국에서는 헝그리판다 같은 비공식·비인가 플랫폼이 퍼지고 있다”며 “이제는 배달플랫폼을 산업으로서 공적 성격을 인정하고, 제도적 틀 안에서 지원과 책임을 균형 있게 설계해야 할 때”라고 토로했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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