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배달 플랫폼 수수료 문제 등을 해결할 대안 중 하나로 공공배달 어플리케이션(앱) 활성화가 꼽힌다. 공공배달앱이란 민간 기업이 아닌 각 지자체나 민관이 협력해 운영하는 배달 주문 서비스 앱이다. 별도의 가입비와 광고료가 없고, 중개수수료가 저렴한 게 공공배달앱의 장점이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서 운영 중인 공공배달앱은 총 12개(땡겨요, 먹깨비, 위메프오, 휘파람, 배달특급, 인천e음, 배달모아, 대구로, 전주맛배달, 배달의명수, 배달양산, 울산폐달)다. 배달특급, 대구로, 배달모아, 전주맛배달, 배달의명수, 인천e음, 울산페달, 배달양산 등 8곳은 지방자치단체가 만든 앱이고, 땡겨요, 먹깨비, 위메프오, 휘파람 등 4곳은 민관협력으로 만든 앱이다.
이 중 가장 활성화된 공공배달앱은 배달특급과 땡겨요다. 배달특급은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시절 직접 기획·출시한 공공배달앱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민간 앱의 높은 수수료와 독과점 문제를 비판하면서 공공배달앱 배달특급을 내놨다. 배달특급은 2020년 12월 출시 당시 ‘중개수수료 1%’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며 민간 배달앱(당시 수수료 6~13%)의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공공이 주도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달 생태계가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됐다.
땡겨요는 2022년 신한은행이 출시한 공공배달 플랫폼으로 최근 서울시 공공배달앱 ‘서울배달+’ 단독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 외에도 9개 광역지자체 및 25개 기초지자체와 협약을 체결해 전국 단위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최저 수준인 2% 수수료와 광고비 무료 정책을 유지해 호응을 얻고 있다. 회원 수가 서비스 개시 이후 4년여만에 5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들어서만 90만명 이상을 신규 회원으로 확보했다. 지난해 말 19만개 수준이었던 입점업체 수는 올해 5월 기준 23만개를 돌파했고, 올해 누적 주문금액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일부 공공배달앱은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공공배달앱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공공배달앱은 민간배달앱에 비해 품질과 이용 편의성, 마케팅 역량에서 열세다. 광고·홍보 부족과 서비스 차별성 부족도 지적받고 있다. 이에 점주·소비자 모두에게 여전히 외면받는 실정이다.
또 낮은 수수료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운영 재원 대부분을 지방정부 예산에 의존해야 하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부산(동백통), 강원도(일단시켜), 대전(휘파람) 등 일부 지자체는 이용률 저조와 적자 누적으로 공공배달앱 운영을 포기하기도 했다.
정부와 지자체는 침체한 공공배달앱 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소상공인의 배달 비용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공공배달앱 활성화 소비쿠폰사업’을 시작했다. 공공배달앱을 통해 일반음식점, 휴게음식점, 제과점업 등 외식업체에서 2만원 이상씩 3회 주문(포장·배달)하면 다음 주문에 이용할 수 있는 1만원 쿠폰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사업에는 공공배달앱 12곳이 참여했다. 쿠폰은 선착순 650만장이며, 신규 이용자를 확대하기 위해 쿠폰 지급은 배달앱별로 1인당 월 1회로 제한한다. 이번 소비쿠폰 사업은 지난 국회에서 편성된 65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기반으로 시행된다. 지자체들도 공공배달앱 활성화를 위해 지역 화폐와 결합한 페이백 확대와 각종 프로모션을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선 당시 공공배달앱 예산 확대를 통해 상생하는 배달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공공배달앱 활성화를 위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다. 업계에선 중개수수료를 낮춰 소상공인 부담을 완화하는 공공배달앱의 순기능이 명확한 만큼 시장 안착을 위해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배달앱 관계자는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 공공배달앱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민간 참여가 배제된 만큼 효율성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지원만이 능사가 아니라 수익성 확보 등 민간 참여를 통해 이를 풀어나가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