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장마와 폭염에 배추·상추·열무 등 채소값이 들썩이고 있다. 휴가철이 겹치면서 오름세가 확대될 가능성도 나왔다.
2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7일 기준 시금치는 100g당 954원으로 전월(675원)보다 41.33%나 올라 전반적인 장바구니 물가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열무는 1kg당 2551원으로 1달 전(2114원) 대비 20.67%, 적상추는 100g당 996원으로 전월(793원)보다 25.59% 뛰었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은 3700원으로 전월(3084원)보다 19.97% 올랐다.
다만 같은 기간 오이(-5.79%), 풋고추(-5.41), 양파(-1.62%) 등 일부 품목은 가격이 소폭 하락했지만 전체적인 오름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향후 장마철과 휴가철 수요가 겹치며 신선식품 전반의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계란 한 판 가격은 7000원을 넘어서며 4년 만에 에그플레이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8일 기준 특란 30구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7186원이다. 2021년 7월 이후 4년 만에 7000원을 넘겼던 지난 22일(7012원) 보다도 2.48% 올랐다. 이는 봄부터 계속된 조류독감(AI)의 여파다. AI 방역기간은 4월 중순까지 종료됐으나, 이후에도 평택 및 세종 인근에서 AI가 발병해 일부 살처분이 이뤄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계란 품귀 현상에 대해 “계속된 AI의 영향으로 종계농장(알 낳는 닭을 기르는 농장)까지 피해를 봐 신계 입식이 지연되고 있다”면서도 “신계 입식 물량의 생산 가담으로 9월 일시적 시세 하락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삼겹살 가격도 100g당 2696원으로 전년(2609원)과 평년(2617원) 대비로도 각각 3.33%, 3.01% 상승했다. 삼겹살의 경우 여름 휴가철 특수로 수요가 몰려 향후 더 큰 폭의 인상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예년보다 폭염이나 비가 빨리 시작되지 않았고 정부에서도 농산물 할인 지원을 시작해 채소 물가는 아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며 “삼겹살은 바캉스 수요 증가로 통상 6∼8월에 가격이 올라 상승 폭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여기에 더해 이중가격제도 물가 불안을 부추기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외식업체가 배달앱을 통해 주문받을 경우 중개 수수료와 결제 수수료, 배달료 등 지출 금액은 음식값의 30%에 달한다. 2만원 기준으로 6116원에 해당한다. 여기에 별도 광고비까지 더해져 업주들의 부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중가격제 확산이 사실상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소비자물가지수는 16% 상승하는 동안 외식물가는 25% 뛰어 오름폭이 훨씬 컸다. 39개 외식품목 중 특히 김밥과 햄버거, 떡볶이, 짜장면 등 주요 외식 메뉴가 30% 이상 급등했고 치킨 가격도 28% 상승해 서민 부담을 키우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