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어음 부도율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도 최근 석 달간 증가하고 있다.
2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어음 부도율(전자 결제분 제외)은 0.4%로 집계됐다. 지난 2월에 이어 0.04%에서 석 달 만에 10배로 치솟았다.
이는 2015년 3월 0.1% 이후 10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어음 부도란 약속어음이나 환어음 등 어음을 발행한 사업자가 만기일에 어음 금액을 지급하지 못해 결제 실패가 일어난 것을 말한다. 지급 능력을 상실해 어음 부도를 반복한 사업자는 어음 거래 정지 처분을 받게 되고, 심하면 파산을 맞는다.
기술적 부도를 제외하더라도 어음 부도율 상승세는 뚜렷했다. 정상적으로 차환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이 실제와 다르게 부도로 처리되면서 어음 부도율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를 고려해도 여전히 부도율이 높았다는 의미다.
지난 5월 P-CBO 기술적 부도 제외 어음 부도율은 0.24%로 전월(0.06%)의 4배로 뛰었다. 2023년 4월(0.26%) 이후 2년 만에 최고치였다.
5월 어음 부도 장수는 1000장으로 평소와 큰 차이가 없었으나, 부도 금액은 총 7880억원으로 2023년 5월 7929억원을 기록한 이후 1년 만에 가장 컸다.
기업들의 자금난은 은행 대출 연체율에서도 확인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대기업 대출 연체율은 평균 0.11%로 지난해 동월(0.02%)보다 크게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도 평균 0.44%에서 0.55%로 올랐다.
파산을 신청하는 기업도 속속 나오고 있다. 대법원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국 법원이 접수한 법인 파산 사건은 총 922건으로, 지난해 동기(810건)보다 13.8% 증가했다.
올해 들어 2월까지는 281건으로, 지난해 동기(288건)보다 더 적었으나, 이후 3월(172건), 4월(265건), 5월(204건) 파산 신청이 늘었다.
한은이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2월과 5월 네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1.00%포인트 인하했지만, 고금리 장기화로 벼랑 끝에 내몰린 지난해 상반기보다 분위기가 더 악화됐다.
한은은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에서 “국내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해질 경우 기업의 채무 상환능력이 저하돼 신용 리스크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