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전세사기 배드뱅크 본격화…대부업체 넘어간 채권 변수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들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세사기 피해구제를 위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등 이재명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이 이번 주부터 전국 전세사기 피해 주택에 설정된 선순위 채권 현황 조사에 나설 것으로 보이면서 ‘전세사기 배드뱅크'(부실 자산이나 채권을 사들여 처리하는 기관) 설립도 본격화될 예정이다.

 

20일 금융당국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 주부터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선순위 채권 현황과 매입 가능 규모를 파악할 계획이다.

 

앞서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 마련을 신속 추진 과제로 반영해줄 것을 대통령실에 제안했다. 해당 대책은 소액 임차인에 대한 우선 변제 기준을 변경해 전세사기 피해자를 추가로 구제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국정기획분과장인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속 추진 과제를 포함해 전세사기 피해와 관련된 구제책과 예방책을 국정과제에 담을 것”이라며 “배드뱅크 설립 요청이 많다. 향후 이행 계획서에 추진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 피해주택의 선순위 채권 파악을 통해 전세사기 배드뱅크를 통한 일괄 구제 조치가 가능한지 따져볼 것으로 보인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상당수는 이미 금융회사가 근저당을 설정한 상태다. 집주인이 주택담보대출 등 채무를 갚지 못하면 금융회사는 선순위 담보권을 행사해 경·공매를 실행하고,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한 채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배드뱅크의 채권 일괄 매입으로 선순위 채권자가 민간 금융회사 등에서 공공기관으로 바뀌면, 보증금 회수 비율을 높이고 명도소송 등 강제 퇴거 부담도 줄일 수 있어 피해자 구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협의·경매 등으로 피해 주택을 매입해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지만 매입 속도가 지나치게 느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까지 LH가 매입한 주택은 1043호에 불과해 3만여명에 달하는 피해자 수보다 턱없이 지원 규모가 부족하다. 

 

전세사기 배드뱅크를 설립한 경우 설치 기구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등이 유력하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캠코는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배드뱅크)의 실무 운영 기관으로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한 선순위 채권 매입안도 거론됐지만 부실채권전문기관이 아닌 LH가 개별 채권을 일일이 사들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사기 배드뱅크 재원에 대한 조달 방식은 캠코나 LH 등 내부 재원을 활용하는 방식이 우선 거론되고 있다.

 

여당에서는 전세사기 배드뱅크 사업 규모를 1조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금융위는 이미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소요 재원 8000억원 중 4000억원을 금융권이 분담하기로 한 상황을 감안해 금융권을 통한 조달 방식은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수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 중 상당수가 대부업체 등 부실채권(NPL) 매입 기관이 선순위 채권을 보유 중인 점이다.

 

전세사기 피해 주택은 부실채권으로 분류돼 이미 금융권에서 대부·추심업체로 넘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자가 대부·추심 업체인 경우 정부가 매입가율 산정이나 매입 협약 관련 협조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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