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교사인 30대 허모씨는 결혼 준비를 앞두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모아둔 돈과 대출을 합쳐 내 집 마련의 꿈을 꿨지만 시중은행에 상담하러 갔다가 번번이 거절됐기 때문이다. 무주택자이고 생애 첫 집 구매이기에 내 생애 첫 주택 매매대출을 기대했지만 1금융권에선 대출이 막혀있다는 답변이 돌아와 불안감이 커졌다.
#직장인 김모씨는 오는 10월 수원에서 용인으로 이사를 하면서 전세대출을 받아야 한다. 1주택자인 김씨는 최근 뉴스를 보면서 가계대출 규제 때문에 대출 승인을 거절하는 은행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서 걱정이다. 때문에 전세대출을 일찍 알아봐야 할지 아니면 이사 시기를 미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실수요 대출로 분류되는 전세대출까지 조이기에 나서면서 실수요자들이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수요자의 주거 이동이 사실상 가로막히면서 주거 이동권이 제한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6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은 평균 5억6333만원으로 나타났다. 전월(5억6000만원) 대비 333만원 상승하며 3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년 동기(5억3167만원) 대비해선 3166만원 올랐다.
6·27 대출 규제로 부동산 매입을 미루거나 포기한 사람들이 전세로 눈을 돌리면서 전셋값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세 매물은 감소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2만2865건으로 한 달 전보다 8.7% 감소했다.

서울, 수도권 전세난이 심각해진 가운데 은행권이 전세 대출 빗장도 걸어 잠그면서 실수요자 시름이 더 깊어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10월까지 수도권 외 지역에서도 조건부 전세대출을 내주지 않기로 했다. 다만 조건부 취급 대상 중 이날 이전 계약서 작성과 계약금 입금을 마쳤거나 직장 이전, 자녀 교육, 질병 치료 등의 사유로 이사하는 경우에는 심사 후 예외로 인정된다.
또한 1주택 이상 보유자의 전세대출, 대출 이동 신청 건 외 갈아타기 자금 용도 대출의 취급도 모두 전국 단위에서 막는다.
하나은행도 내달 실행 예정인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규 신청을 전날부터 받지 않고 있다. 이미 접수한 건은 정상적으로 실행할 예정이며, 오는 10월 이후 실행 예정 건에 대한 신규 신청을 받고 있다. NH농협은행도 9월 실행분까지 주담대·전세대출 한도가 소진됐고 10월 실행분은 한도를 검토 중이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4일부터 대출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와 전세대출 추가 접수를 전면 중단했다.
은행권이 주담대에 이어 전세대출 증가율까지 관리에 나선 것은 정부가 대출 규제 발표 당시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당초 계획 대비 50% 수준으로 대폭 축소한 영향이다. 더욱이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경우 은행들은 추가 대출 제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을 줄여야 하는 은행 처지에서는 대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주거는 삶의 필수적인 공간으로 수요 총량이 있기 때문에 6·27 대책으로 매매가 막히면 임대차로 수요가 넘어갈 것”이라며 “더욱이 전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가능성까지 나와 수요 초과가 심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