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S모닝] 반려동물 ‘판매하는’ 나라 점점 없어진다… 한국은 언제쯤?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 포인핸드의 입양카페 포인핸드 경의숲점 전경. 박재림 기자

 

#1. 경남 진주시의 고양이 집사 A씨 가족은 지난 3월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고양이 봉달이을 입양했다. A씨는 “반려동물을 펫숍에서 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직접 발품을 팔면서 여러 보호소를 방문하던 중 봉달이를 만났다”며 “반려동물 입양을 고려하는 분이라면 펫숍에서 분양보다 유기동물 입양을 우선 고려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2. 경기 용인시에서 비글 반려견 몽글이와 살아가는 B씨는 “부끄러운 얘기지만 몽글이는 펫숍 출신이다. 그때는 반려동물은 펫숍에서 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는 줄 알았다”며 “몽글이와 지내면서 유기동물 보호소 등에서 입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B씨는 수년째 정기적으로 보호소를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반려동물 판매업소를 뜻하는 펫숍(Pet Shop)에서 개·고양이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 제정을 추진한다. 지난 6월 ‘개와 고양이의 복지 및 추적성’ 법안이 유럽의회에서 가결됐고, 앞으로 유럽의회와 EU 이사회, EU의 집행부격인 유럽집행위원회(EC) 간 3자 협상을 거쳐 입법 절차가 마무리되면 EU 가입국 전역에서 개와 고양이를 가게에서 판매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반려동물 판매 규제는 유럽과 미국에서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영국은 2020년부터 개와 고양이의 제3자 판매를 금지하는 ‘루시법’을 시행하고 있다. 해당법은 2013년 번식장에서 구조된 모견 루시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루시는 수년간 좁은 우리에서 반복되는 임신과 출산을 강요받으며 척추 변형, 영양 결핍, 탈모, 만성 안구 건조 등 여러 질병을 앓았다. 이 사연이 알려지면서 루시는 강아지 번식장 폐지 운동의 상징이 됐다.

 

루시법에 따라 영국에서는 강아지나 새끼 고양이를 키우고 싶으면 정식 전문 사육업자로부터 직접 구매하거나 구조센터에서 입양해야 한다. 사육업자는 자신이 기르던 강아지를 판매할 때 어미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직접 생산자의 판매는 허용하되 반려동물 가게 등 제3자의 판매는 금지한 것으로, 비인도적인 대량생산을 막기 위해서다.

 

동물보호소에서 지내다 입양되며 반려묘로 새로운 묘생을 사는 봉달이. 박재림 기자

 

프랑스는 2021년 동물학대방지법을 마련한 뒤 지난해부터 반려동물 가게에서 개와 고양이의 판매를 금지했다. 반려동물 가게는 대신 동물보호소와 협력하에 입양을 목적으로 유기견과 유기묘를 소개할 수 있다.

 

아울러 프랑스에서는 반려동물을 입양할 때 양육 책임 확인서를 써야 한다. 입양한 동물을 평생 책임지겠다고 서약하면서 반려동물 소유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음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하고 숙고 기간(7일) 후에 해당 동물을 받을 수 있다.

 

스페인도 2023년에 동물복지법을 만들고 지난해 9월부터 반려동물 가게에서 개와 고양이의 판매와 전시를 금지했다. 이곳에서도 역시 개와 고양이를 기르고 싶으면 등록 사육업자로부터 직접 구매해야 한다.

 

독일의 경우 개와 고양이의 판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하진 않지만, 판매를 위해선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독일의 동물보호법은 동물 사육 환경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어 강아지 공장처럼 반려동물을 대량 생산할 수 없다. 판매가 금지되진 않았지만, 독일에서는 대개 동물보호소나 동물복지단체에서 반려동물을 입양해 기른다.

 

충남 아산시의 동물보호센터 내 유기묘 생활 공간. 박재림 기자

 

유럽 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캘리포니아주를 시작으로 대량 생산된 개와 고양이의 판매를 금지하는 주가 늘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2019년부터 반려동물 가게에서 원칙적으로 개, 고양이 등의 판매를 금지했다. 단, 공공 보호소나 구조단체 등과 협약을 맺고 들여온 유기견이나 유기묘 등을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다.

 

일리노이주의 반려동물 가게도 동물보호소 등으로부터 들여온 개와 고양이만을 판매할 수 있다. 메릴랜드주는 2020년 반려동물 가게에서 개와 고양이의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이들 가게는 입양을 보내기 위해서만 개와 고양이를 전시할 수 있다. 뉴욕주도 지난해부터 반려동물 가게에서 개와 고양이의 판매를 금지하면서 동물보호소가 소유한 개나 고양이를 입양시킬 목적으로 전시할 공간을 제공하는 것만 허용했다.

 

오리건주는 반려동물 가게에서 원칙적으로 개와 고양이 판매를 금지하면서 2028년 8월말까지 유예 기간을 뒀다. 워싱턴주도 원칙적 판매 금지 전제 아래 2021년 7월 25일 이전에 개, 고양이를 팔았던 사업자만 특정 요건을 갖춘 사육업자로부터 직접 구매한 반려동물에 한정해 판매할 수 있게 했다.

 

호주에서는 빅토리아주가 2018년 7월부터 민간·공립 동물보호소, 등록된 위탁 보호자 등 승인된 공급처에서 온 개·고양이만 판매할 수 있다. 일본은 반려동물 가게에 개·고양이의 판매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단, 출생 후 56일이 지나지 않은 개와 고양이의 판매와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개와 고양이를 전시하는 것은 금지된다. 전시 금지 시간에는 개, 고양이를 가게 뒷마당으로 옮기거나 가림막 등으로 가려 보이지 않게 해야 한다.

 

프로축구팀 충남아산FC 홈경기 중 유기동물 입양 정보가 전광판을 통해서 송출되고 있다. 충남아산프로축구단 제공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아직 펫숍 및 반려동물의 판매에 관한 규제는 없지만, 판매 목적으로 강아지를 대규모 사육하는 번식장이 반복적으로 논란이 되면서 펫숍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도 동물구조 및 보호단체 연합 루시의친구들이 인천 강화군의 번식장에서 학대 받은 개 300마리 이상을 구조했다. 해당 번식장은 빌린 명의로 허가를 받은 곳이었으며 영업자는 개들에게 법적 기준에 따른 관리와 돌봄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루시의친구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반려동물 번식업자, 박용철 강화군수 등 관계 공무원 3명을 각각 동물학대,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 했다.

 

신종펫숍도 문제가 되고 있다. 이들 신종 펫숍은 ‘안락사 없는 보호소’, ‘동물요양원’ 등의 표현을 사용하며 마치 동물보호시설인 것처럼 광고해서 파양자로부터 수십만원에서 최대 1000만원에 이르는 비용을 받고 동물을 인수한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 220개 이상 신종 펫숍이 있으며 유기동물과 학대받은 동물을 제대로 보호하겠다며 돈을 받은 뒤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포인핸드 같은 유기동물 입양 플랫폼이 유기동물 보호소의 동물을 소개하며 입양을 지원하는 등 관련 단체들의 노력으로 선진문화가 조금씩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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