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산업의 혁신 동력원은 자동차와 반도체로 요약된다. 1953년 불과 477억원에 불과했던 국내총생산(GDP)은 올해 통계청 및 국제통화기금 전망으로는 264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1인당 GDP 역시 1953년의 67 달러에서 올해 약 3만4642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규모도 1956년 2500만 달러 수준이던 것이 지난해 6838억 달러까지 확대됐다. 이 모든 것이 자동차와 반도체 두 분야가 끊임없이 산업의 성장 엔진을 멈추지 않도록 이끌었기 때문이다.
산업이라고 부를 만한 것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신생 독립국에 1950년 6·25전쟁은 그나마 있던 산업 기반마저 붕괴시켰다. 철도·항만·발전소가 파괴되고 주택과 공장이 절반 가까이 손상됐다. 모든 산업은 제로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끊임없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혁신을 거듭하게 했던 것이 자동차와 반도체였다.
자동차 산업은 철강, 엔진, 각종 부품 등 연관된 산업 분야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한 나라의 산업 발전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 자동차도 출발과 함께 도로건설, 제철산업, 각종 기계공업 등의 발전을 추동했다. 현재는 반도체부터 인공지능(AI), 그리고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까지 산업 생태계 전반을 아우른다.
국내 자동차 산업은 고작 미군 군용 지프차를 수작업으로 개조한 시발(始發)자동차가 그 시작이었다. 1955년이었다. 1960년대 새나라·신진 등이 선진국 자동차 제조사와 제휴를 맺었다. 변곡점은 현대자동차가 만들었다. 1975년 포니가 한국 최초 자체 설계 대량생산 승용차로 양산됐고 1976년 에콰도르 첫 수출로 조립국에서 모델 보유국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1986년 엑셀은 미국 첫해 16만대 이상 판매로 기록을 세우며 한국차의 이름을 알렸다. 1988년 국내 연 100만대 생산을 넘기며 규모의 경제가 작동했다.
국내 자동차 업계 맏형인 현대차는 지난해 9월 1967년 자동차 산업에 첫발을 내디딘 지 57년 만에 누적 차량 생산 1억대를 달성했다. 현대차가 창립 후 1억대 누적 차량 생산 달성까지 소요된 시간은 57년으로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에서 365만4522대를 팔아 일본 토요타그룹(515만9282대), 독일 폭스바겐그룹(436만3000대)에 이어 3위 자리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현대차그룹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50조616억원, 13조86억원이었다.
20세기 중후반부터 전 세계 산업의 쌀은 반도체다. 반도체가 없으면 이제 산업 전 분야가 멈출 만큼 필수 부품이 됐다. 반도체 역시 출발은 미약했다. 1965년 처음으로 국내에서 반도체소자가 생산됐는데 미국의 고미그룹이 국내에 합작투자회사를 설립해 트랜지스터를 조립, 생산한 것이 시초였다. 1974년 삼성반도체통신주식회사의 전신인 한국반도체주식회사가 설립돼 손목시계용 IC칩과 트랜지스터칩 등을 개발, 생산하게 됐다. 이후 국내 반도체 산업은 삼성전자가 주도하게 된다.
삼성전자는 1974년 12월 주변의 만류에도 사재를 털어 파산 직전에 몰린 한국반도체를 인수했다. 이미 반도체산업이 성장궤도에 오른 미국과 일본보다 27년이나 늦은 출발이었다. 1980년대 중반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던 삼성전자는 D램 반도체 자체 개발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1992년 마침내 세계 최초로 64M D램을 개발하며 메모리 강국인 일본을 추월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경쟁사인 SK하이닉스와 함께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수출을 주도하면서 한국 산업의 주요 기둥이 됐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2024년 매출 657억 달러로 767억 달러를 기록한 엔비디아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D램과 플래시 메모리 분야 모두에서 상승세를 보이며 2023년에 이어 2위 자리를 유지했다. 한 동안 세계 1위를 차지해왔던 인텔은 같은 기간 매출이 498억 달러에 머물면서 삼성전자에 밀렸다.
같은 기간 국내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의 매출은 442억 달러로 4위를 차지했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성장률은 상위 10개 업체 중 엔비디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으며 전체 순위에서는 두 계단 상승해 4위를 기록했다.
한 산업단체 관계자는 “자동차와 반도체는 국내 산업 발전의 두 기둥이라 할 수 있다”며 “두 분야의 발전이 대한민국 산업 전체의 발전을 끊임없이 추동시켜 온 근원이나 다름없었다”고 평가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