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경제 살리기 해법] ‘고향세’ 걷고 ‘관계인구’ 육성.... 지방 살리기 사활 건 일본

2019년 도쿄 도시마구 미나미이케부쿠로에서 어린이들이 신나게 뛰어놀고 있다. 과거 부랑인 집합처였던 이곳은 우거진 나무를 잘라내고 탁 트인 잔디공원과 카페를 조성하면서 시민의 쉼터로 변모했다. 세계일보DB

 세계 최고령 국가인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심각한 인구절벽에 직면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24년 10월 1일 시점의 일본 총인구 추계(외국인 포함)는 1억2380만2000명이다. 이는 전년보다 55만명(0.44%) 감소한 수치다. 이로써 일본 인구는 14년 연속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를 밑도는 ‘자연감소’는 무려 89만명에 이르렀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이자 18년 연속 감소다. 

 

 수도권 과밀화와 지방소멸 위기를 겪고 있는 것도 우리와 닮았다. ‘지방소멸’이라는 용어 자체가 일본 정치인 마스다 히로야가 2014년에 내놓은 책 ‘지방소멸’에서 처음 쓰인 것이다. 모리 토모야 일본 교토대학교 경제연구소 교수는 최근 인구 전문 민간 싱크탱크 한반도미래연구원이 연 세미나에서 1970∼2020년 데이터를 활용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바탕으로 약 100년 뒤면 도쿄 등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일본 대부분의 도시가 소멸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리 교수는 “2120년이면 일본 인구가 현재의 4분의 1수준인 약 3500만명으로 급감하면서 도쿄, 오사카, 나고야, 후쿠오카 등 소수 대도시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소멸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일본이 완벽하게 지방소멸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에 대한 설명도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모리 교수는 세미나에서 일본의 지방 창생 정책 실패 원인으로 ‘교통 인프라 투자의 함정’을 지적했다. 그는 “신칸센과 고속도로 건설이 오히려 ‘스트로우 효과’로 지방 인구를 대도시로 빨아들였다”며 “1992년 노조미 고속열차로 도쿄-오사카 간 하루 200회 왕복이 가능해지면서 도쿄 집중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대신 그는 미래 모델로 ‘양방향 통근’을 제시하며 “도시에 거주하면서 지방의 자동화 생산시설에서 일하고, 플라잉카 같은 확장 가능한 교통수단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모리 교수는 “인구밀도 감소로 재해 회복력이 높아지고 지역 공동체가 활성화될 것”이라며 어느 정도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올해 신년사에서 일본 사회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활력 회복’을 꼽으며 인구 감소와 경제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가 대안으로 제시한 게 ‘지방창생 2.0’이다. 지방을 살려 도쿄 집중화 현상을 시정하고 일본 전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실제 우리보다 한 발 먼저 지방소멸 및 지방경제 침체를 겪은 일본은 범국가 차원에서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며 지방 살리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관계인구’ 육성을 통한 지방 활성화다. 관계인구는 2016년 일본의 시민활동가 다카하시 히로유키가 처음 내놓은 개념이다. 단순한 관광객이나 체류자가 아니라 지역에 관심을 두고 자주 찾거나 여러 형태로 지역과 관계를 갖는 맺는 이들을 관계인구로 정의한다. 이들은 지역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하고 생산 또는 소비 활동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고 여가·문화 활동을 즐기며 지역을 활성화한다. 일본 총무성은 지역경제 활성화 지방소멸 대응책의 하나로 2019년부터 ‘관계인구 창출 및 확대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부경대학교 글로벌지역학연구소의 ‘일본 관계인구 정책의 유형과 시사점 : 관계인구 창출⋅확대 사업 분석’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총 1762개 지자체 중에 1171개 지 자체가 관계인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향세(후루사토 납세)’도 일본의 성공적인 지역소멸 정책으로 꼽힌다. 일본 정부는 2008년 지방의 인구 소멸 및 경기 침체와 세수 부족 현상이 불거지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고향세 제도를 도입했다. 고향세는 자신의 출신지 또는 거주지 등 재정이 부실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할 시 소득공제와 주민세 감액 등 세금 혜택을 주는 제도로 지방과 농어촌 지역의 재정을 확보해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할 목적으로 운영된다. 특히 일본은 고향세를 낸 기부자에게 지역 특산물을 답례품으로 제공함으로써 지역 홍보와 함께 특산품 판매 증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2022년 고향세 전국 기부액은 9654억엔(약 9조14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일본 지자체들은 고향세 기부로 얻은 수익을 지역 경제 활력을 위해 재투자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일본의 고향세를 벤치마킹해 열악한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와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2023년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제도가 활성화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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