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과 금융권이 석유화학 구조조정 지원에 나선다. 또 금융당국은 채권금융기관 공동협약을 통해 석유화학 기업의 자금 수요에 대응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5대 시중은행과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참석한 가운데 석유화학 사업 재편 간담회를 개최해 이같은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무역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도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전날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와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자율 협약 체결을 계기로 금융 지원에 대한 원칙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4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 핵심산업 중 하나인 석유화학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석유화학 재편, 종합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해 달라”고 밝혔다.
권대영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석유화학은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의 근간을 이루는 기간산업이지만, 더 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는 처지”라며 “사업 재편 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기존여신 회수 등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행동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한때 세계 2위 수준의 에틸렌 생산능력을 보유했던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40년 앞서 기업 결합, 설비 통·폐합 등의 사업 재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기관들은 석유화학 사업 재편과 관련한 금융 지원 원칙에 대해 공감했다. 기업과 대주주의 철저한 자구 노력과 책임 이행을 전제로 사업 재편 계획의 타당성이 인정되는 경우 채권금융기관 공동 협약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기업이 협약에 따라 금융지원을 신청할 경우 기존 여신 유지를 원칙으로 하되 구체적 내용과 수준은 기업이 사업 재편 계획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기업, 채권금융회사 간 협의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권의 석유화학 관련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약 30조원에 달한다. 금융권은 은행과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한 금융권 공동 협약을 신속하게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권 부위원장은 사업 재편의 기본 원칙이 ▲철저한 자구노력 ▲고통 분담 ▲신속한 실행으로, 성공적 사업 재편을 위해 시장의 신뢰를 얻도록 석유화학기업은 뼈를 깎는 자구노력과 구체적이고 타당한 사업 재편 계획 등을 원칙으로 한 행동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금융권이 석유화학 기업의 자구노력을 엄중히 평가하고, 타당한 계획이 나올 수 있도록 냉철한 관찰자·심판자와 조력자의 역할을 해줘야 한다”라며 “말뫼의 눈물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뫼의 눈물이란 1987년 스웨덴 말뫼의 세계적 조선기업 코쿰스가 파산하며 세계 최대 규모였던 코쿰스크레인이 현대중공업에 단 1달러에 매각되고, 2002년 해체된 사건을 의미한다. 스웨덴 조선산업의 몰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금융위와 금융권은 간담회 논의 결과에 따라 은행, 정책금융기관이 참여한 금융권 공동 협약을 신속하게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서 NICE신용평가는 석유화학산업 현황과 이슈 점검에 대해, 산업계 자율컨설팅을 수행한 BCG컨설팅은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위한 사업 재편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