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發 산업 패러다임 전환] 극한 기후 변화에 배터리 산업이 뜬다

기후 위기로 배터리 산업이 뜨고 있다. 탄소중립과 한파·폭염으로 전력난이 심화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가 주목받고 있고, 극한 기후에 대응하는 차별화된 배터리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전력망용 ESS 배터리 컨테이너 제품. LG에너지솔루션

 전례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 변화는 배터리 산업의 발전을 가속하고 있다. 탄소 중립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고, 한파·폭염으로 전력난이 심화하면서 에너지저장장치(ESS·Energy Storage System)가 주목받고 있다. 또 극한 기후에 대응하는 차별화된 배터리 기술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27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역대급 한파와 폭염으로 전력난이 심화하면서 ESS 역할론이 점차 커지고 있다. ESS는 생산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하는 체계를 뜻한다. 태양광·풍력 등 간헐적인 신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전력망 안정화와 전기요금 절감 효과까지 더해지며 글로벌 ESS용 배터리 시장 규모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글로벌 ESS 시장 규모가 2023년 약 185GWh(기가와트시)에서 2035년 약 1232GWh까지 6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미국 글로벌 기술 연구 및 자문 회사 테크나비오에 따르면 글로벌 ESS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4년에서 2028년 사이 연 평균 37.62%의 성장률을 보이며 471억9000만 달러(약 65조8600억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배터리 업체들은 ESS용 배터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이 분야 강자인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ESS용 배터리 생산으로 가동률을 끌어올려 수익성 제고에 나섰다. 

 

 극단적인 기후에 대응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 개발도 이뤄지고 있다. 배터리는 폭염, 혹한 등 기후 변화에 취약하다. 추위가 심할 때 야외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배터리가 평소보다 빨리 닳는다. 전기차 배터리도 혹한에서는 1회 충전 주행거리가 급격하게 줄어든다. 극도로 추운 날씨에는 배터리 내부의 화학작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주행거리가 줄어드는 사례가 많다. 실제 노르웨이 자동차 연맹(NAF)이 2023년 겨울 전기차 29대로 영하 5~10도의 도로에서 시험한 결과를 보면 1회 완충 기준 주행거리는 평균 24%(10~33%) 감소했다. 이에 극한 환경에서도 제 역할을 하는 배터리를 개발하는 게 과제가 됐다.

전기안전공사의 극한 환경 대응 차세대 BESS 표준모델 개념도. 한전전기안전공사 제공 

 삼성SDI와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극한 환경 대응 차세대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 고신뢰성 검증 및 안전기술 개발’ 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BESS 개발에 착수했다. 전기안전공사 산하 전기안전연구원이 세계 최초로 고안한 이 기술은 영하 40℃~영상 80℃의 극한 환경에서도 ESS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핵심이다. 전기안전공사는 낮은 에너지 손실률과 자가진단·복구 기능을 갖춘 ‘고신뢰성·고안전성’ 표준모델을 개발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할 방침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에너지연)은 지난해 영하 20도 혹한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이차전지용 금속-유기 하이브리드 전극 소재를 개발했다. 에너지연 박사 연구팀은 티안트렌 기반의 유기 리간드와 니켈 금속이온을 조합해 전도성 금속-유기 구조체 ‘SKIER-5’를 개발했다. 이를 적용한 이차전지 음극재는 영하의 환경에서 흑연보다 5배 높은 방전 용량을 나타냈다. 기존 이차전지는 상온에서만 안정적으로 작동하는 단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금속-유기 하이브리드 전극 소재가 개발됨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을 전망이다. 에너지연 연구팀은 “SKIER-5는 전지 산업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원천 소재로, 기존 음극재로 사용되는 흑연보다 저온 환경에서 안정적 구동이 가능하다”며 “특히 혹한기 상황에서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온도 변화가 급격한 환경에서 자동차, ESS, 정보통신기기 등에 널리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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