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韓증시에 드리운 ‘불확실성의 터널’

김민지 경제부장 

 

인생은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피하고 싶어 한다. 누구나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면, 공포심에 빠지기 쉽다.

 

그래서 마음이 어지러울 때, 택일이나 집안의 중대사를 치를 때 점집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새해가 되면 점집은 더욱 붐빈다. 세상사가 마음 먹은 대로 되면, 얼마나 좋겠냐만. 대체로 그렇지 않은 게 문제다.

 

경제학에서 불확실성 개념을 처음 사용한 프랭크 나이트 시카고대 교수도 “불확실성은 예측 조차 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정의했다. 세계적 통계학자 데이비드 스피겔할터 역시 자신의 저서에서 “불확실성은 피할 수 없으니,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심지어 즐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딱 지금, 한국 주식시장의 모습이 그렇다. 보통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이란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경제 주체들은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투자와 같은 액션을 꺼리기 때문이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가파르게 상승하던 국내 증시는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상승 동력을 잃었다. 개편안을 둘러싼 후폭풍이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있어서다.

 

기획재정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개편안에는 상장주식 대주주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50억원→10억원 하향, 증권거래세율 0.15%→0.20% 인상, 법인세율 구간별 1%포인트 상향, 배당소득 분리과세(최대 35%) 도입 등이 담겼다. 

 

개편안 발표 다음 날, 코스피 지수는 곧바로 4% 가까이 급락했다. 코스피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대주주 양도세 강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영향이 컸다. 전문가들도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등 불필요한 논란으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꼬집었다. 

 

개편안 발표 직후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여당은 ‘50억원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자는 취지의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 정부 역시 ‘대주주 양도세 기준 10억원으로 인하’하는 내용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있다. 

 

정책 기준이 오락가락하자, 투자자들은 큰 혼란에 빠졌고, 국내 주식 시장을 떠나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일평균 거래 대금은 15조6384억원으로 지난 6월(22조 3613억원) 대비 30%나 쪼그라 들었다. 

 

외국계 보고서도 한국증시를 흔들고 있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의 경우, 외국계 증권사 UBS가 ‘매도’ 의견을 내면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이어졌다. UBS는 알테오젠에 대해 매도 의견을 제시한 근거로 “파이프라인(연구개발 중인 신약 프로젝트) 대비 현재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했다”는 점을 들었다.

 

최근 UBS는 올해 하반기 코스피가 3100~3200포인트 박스권에 머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우리와 반대로, 일본 주가는 연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재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 토픽스 지수는 지난 18일 3121포인트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은 최근 3년 연속 일본 증시를 순매수하면서 올해만 벌써 5조 엔을 사들였다. 일본은 2023년부터 추진한 자본시장 개혁이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지난 22일 10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경기부양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 올렸다. 

 

불확실성이 계속되면, 한국 증시는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렵다. 진정한 증시 활성화는 투자자 보호가 우선시 돼야 한다. 투자자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살피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제시했을 때 가능하다.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낮추는 것도 연말 세금 회피 매물을 불러 장기투자 문화를 훼손 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장기투자 유도와 배당 활성화를 통한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는 과거 아시아 금융위기(1997~19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라는 두 번의 금융위기에서 큰 불확실성을 겪었다. 이런 위기 때마다 작동해온 ‘한국의 저력’이 있다.

 

주변이 어둡고 앞이 보이지 않을 때, 한 걸음 내딛기가 두렵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또 한 걸음을 내딛는다. 그 걸음들이 모여 인생이란 발자국을 만든다.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조여 매야 할 때다.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골든타임’이 얼마 안 남았다. K증시를 살릴 마지막 기회다. 그래야만 ‘불확실성의 터널’을 지나갈 수 있다. 

 

 

김민지 경제부장 

 

김민지 기자 minj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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