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지난 9월 KT 일부 스마트폰에서 문자메시지(SMS) 암호화가 해제되는 현상을 직접 검증하고, 이를 국가 사이버 안보를 위협할 수 있는 중대한 정보로 판단해 K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공식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국정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 최민희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정원은 “KT의 일부 스마트폰 기종에서 문자 암호화가 해제될 수 있다”는 제보를 입수한 후 사실관계 검증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문자 통신이 종단 암호화(End-to-End Encryption) 방식으로 보호되지 않아 중간 서버에서 복호화될 수 있는 취약점을 확인했다.
이통사들은 국제표준화기구(ISO)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권고에 따라 송신부터 수신까지 중간 서버가 내용을 복기할 수 없도록 종단 암호화를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국정원 검증 결과, KT 일부 단말기에서는 이 보호 장치가 무력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국정원은 암호화 해제가 발생한 구체적 기종이나 경위, 실제 정보 유출 여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민관 합동 KT 해킹 조사단은 국정원의 통보 내용을 토대로 일부 스마트폰만의 문제가 아닌 KT 전체 가입자 망에서도 동일 현상이 재현될 수 있는지를 추가로 조사 중이다.
앞서 KT는 소액결제 해킹 사건에서도 해커가 피해자들의 문자·자동응답시스템(ARS) 인증정보를 탈취한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단은 해커들이 불법 중계기지국(펨토셀)을 조작해 KT 코어망으로 전송되는 SMS·ARS 신호의 암호화를 해제하고 평문 상태로 가로챈 뒤 인증 및 결제에 악용했을 가능성을 기술적으로 검증했다고 발표했다.
현재 조사단은 인증정보뿐 아니라 일반 통화·문자 데이터까지 외부 공격자가 접근할 수 있는지를 정밀 분석 중이다.
최민희 의원은 과기정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KT가 BPF도어 감염 사실을 알고도 외부에 알리지 않았고 국정원 통보에도 무기력하게 대응했다”고도 비판했다.
자료에 따르면 KT는 지난해 3월 BPF도어(BPFDoor) 악성코드 감염을 확인하고 다음 달인 4월에야 관련 사실을 파악한 뒤 대만 보안업체 트렌드마이크로에 백신 업데이트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렌드마이크로는 한국 통신사 대상 BPF도어 공격 사실을 분석해 발표했지만, 당시 고객사 사정을 이유로 구체적인 통신사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KT는 “당사의 BPF도어 공격 식별 및 조치 시점은 지난해 4월에서 7월 사이로 트렌드마이크로가 언급한 일부 시점(지난해 7월·12월)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에 피해 사례가 없었다고 보고한 배경에 대해선 “피해를 확인하지 못해 피해 사례 없음으로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최 의원은 KT 경영진의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