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반영률)을 69%로 유지하기로 했다.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 현실화율을 낮춘 뒤 4년 연속 동결이다. 다만 인위적인 인상이 없더라도 서울 아파트 값이 한강벨트를 중심으로 오른 탓에 보유세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13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국부동산원 서울강남지사에서 '부동산 가격공시 정책 개선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한 데 이어, 같은 장소에서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어 '2026년 부동산 가격 공시 추진안'을 심의·의결했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되며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공시가격에 시세를 반영하는 비율을 '현실화율'이라고 한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통해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올리기로 하고, 2021년 19.05%, 2022년 17.2%를 올렸다.
정부 추진안에 따라 내년에 부동산 공시가격에 적용되는 현실화율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상 내년에 80.9%에 달할 예정이었던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내년을 포함해 4년 연속 69.0%가 적용된다. 토지와 단독주택 역시 4년째 각각 65.5%, 53.6% 수준으로 동결되며 올해 시세 변동만 공시가격에 반영될 예정이다.
다만, 서울 주요 아파트의 경우 내년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에도 보유세 부담이 대폭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새 시세가 크게 올라서다. 국토부가 1가구 1주택 기준으로 내년 서울 주요 단지의 공시가격(올해 1월 기준 시세 변동률 적용)과 보유세액을 산출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9차 전용면적 111㎡의 내년 공시가격은 43억7800만원,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는 2647만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해 대비 각각 25.9%, 42.5% 증가한 수치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뷰 전용 78㎡의 내년 공시가격은 32억8400만원, 보유세는 1599만원으로 올해보다 각각 20.6%, 32.8% 오른다.
아울러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편차를 해소하기 위해 균형성을 단계적으로 높여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조정하기로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균형성 제고차 공시가격 현실화율 조정이 필요한 지역의 경우 전년 공시가격을 1.5% 이내 수준으로 올리거나 내리는 방식으로 현실화율을 조정하는 것이 적정하다는 분석 결과도 공개됐다. 정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현저히 낮거나 높은 주택 단지의 공시가를 인상하거나 인하해 현실화율을 조정하는데, 조정 폭을 전년도 공시가의 1.5% 이내에서 상·하향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얘기다. 박천규 국토연구원 주택·부동산연구본부장은 공청회에서 "공시가격 조정을 수년에 걸쳐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면서 "공시가격 1.5% 이내 조정 폭은 이의 신청률에 영향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전 정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발표를 통해 2035년까지 제시했던 연도별 목표는 현재 중인 연구 등을 통해 추후 다시 제시될 예정이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