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국내 증시는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와 인공지능(AI) 거품 논란 속에서 3차 상법개정안과 엔비디아의 실적에 따라 흐름이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이었던 14일 하루 동안 159.06포인트(3.81%)나 급락해 4011.57로 마감하면서 4100선을 내줬다.
증권가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3차 상법개정안, 그리고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주요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마친 후 배당소득 분리과세의 최고세율 조율 및 3차 상법개정안 논의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되며, 금융주와 배당 업종은 연말까지 정책 기대감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금리 인하 기대감 축소, AI 고평가 논란, 그리고 고환율로 인한 외국인 순매도 등이 증시 하락을 유발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반도체 섹터를 중심으로 한 반등세가 낙폭을 제한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 상황이다.
이번 주 가장 주목할 이벤트는 오는 20일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발표다. 최근 AI 관련주의 고평가 논란과 미국 기술주 조정 속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도 고점 대비 약 15%의 조정을 받은 상황이다. 시장의 초점은 실적 서프라이즈 자체보다는 마진 개선과 매출 성장률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데이터센터 매출 전망이나 AI 버블 논란에 대해 어떤 입장을 밝히는지가 주가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블랙웰 등 AI 칩에 대한 전방 수요 진단과 AI 응용, 수익화 경로, 향후 실적의 가이던스 등이 최근 AI 버블 논란과 시장 조정의 향방을 판가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같은 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도 공개될 예정이다. 다음 달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 회의를 앞두고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제롬 파월 의장의 발언과 금리 인하에 대한 내부 의견 격차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원은 “파월 연준 의장 발언과 10월 FOMC 이후 주요 위원 발언을 통해 연준 내부에서 12월 금리 인하에 대한 의견 충돌이 존재함을 확인한 바 있다”며 “미 행정부의 셧다운 사태로 10월 경제지표 발표 누락이 예상돼 주요 데이터 없이 정책 결정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에서 연준 위원들의 생각과 판단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관심 업종으로는 3차 상법개정안을 통한 자사주 소각 의무화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 인하로 인한 금융주와 지주사를 꼽았다. 코스피의 예상 등락 범위로는 최저 3900, 최고 4250을 제시했다.
한편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 투자자, 이른바 서학 개미의 순매수 규모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한국예탁결제원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개인 투자자는 해외 주식을 36억3000만 달러(한화 5조3000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68억1300만달러로 2011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를 기록한 지난달에 이어 또다시 최대치를 넘어서는 흐름이다. 서학개미의 공격적인 투자에 따른 환전 수요는 원·달러 환율을 1500원 가까이 끌어올린 원인으로도 지목되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