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안보협상 명문화…李대통령, 후속 논의 위해 재계총수 회동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 관세율을 포함한 한미 간의 무역 협상이 최종 마무리됐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포함한 양국의 안보 협상도 문서 형태로 공식화됐다. 지난 7월 양국이 큰 틀의 무역합의를 이룬 뒤 세부내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한 지 4개월여 만에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대통령실과 백악관은 지난 14일 양국의 관세·안보 협상에 대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동시에 공개했다. 이번 팩트시트에는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빈 방한 당시 양국 정상이 논의한 핵심 사안을 포괄한 것으로, 전략 산업 투자, 관세 조정, 외환시장 안정, 군사·안보 공조, 조선·원자력 협력 등 총 7개 분야에 걸쳐 구체적 합의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무역 부문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은 기존 25%에서 15%로 내리기로 했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 원목·제재목과 목제 제품에 대한 232조 관세를 15%로 인하한다”는 문장이 포함됐다. 인하 적용 시점이 팩트시트에 명시되지는 않았으나, 이달 내 법안이 제출된다면 11월 1일로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 

 

의약품 관세 역시 15%를 초과하지 않는 선에서 조율하기로 했고, 복제 의약품이나 미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 대한 15% 상호관세를 없애는 방침 역시 담겼다.

 

미국 관세 인하의 반대급부인 한국의 대미투자에서는 우선 조선업 분야에서 1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동시에 양국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2000억 달러의 전략투자를 한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대신 한국 외환시장의 안정을 위해 MOU에 따른 투자의 경우 한 해에 200억달러 이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고, 한국이 조달 금액과 시점의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안전장치도 확보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 이슈가 포함됐다. 팩트시트에는 “미국은 한국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을 승인했다. 미국은 이 조선 사업의 요건들을 진전시키기 위해 연료 조달 방안을 포함해 한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문장이 실렸다. 

 

한미 안보동맹의 포괄적 주제인 동맹의 현대화에 대한 설명도 담겼다. 한국은 국방비 지출액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증액하기로 했고, 또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를 위해 2030년까지 250억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

 

원자력협정 개정에 대해서는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를 지지한다”는 합의 내용이 공개됐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16일 오후 2시부터 재계 총수들과 만나 후속 논의를 한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여승주 한화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 7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한미 관세협상의 세부 내용 및 향후 절차 등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기업인들의 의견을 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번 한미 협상 과정에서 기업들이 정부에 힘을 보태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앞으로도 민관이 ‘원팀’으로 무역환경 변화에 대처해 가자고 강조할 예정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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