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금융’ 속도 낸다…5대금융, 5년간 508조 상생금융에 투입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금융당국이 포용금융 정책을 재정비하며 은행과 제2금융권의 서민·취약계층 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계급제 문제를 지적하며 금융권의 구조적 개선을 요구한 데 따른 조치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번주 금융지주사 임원들을 소집해 각 그룹의 포용금융 계획을 확인할 예정이다.  

 

앞서 5대 금융지주는 향후 5년간 총 508조원을 생산적·포용금융에 투입하기로 했으며, 이 중 약 70조원이 포용금융 몫이다. 

 

지주사별 배정액은 KB국민 17조원, 우리 7조원, 신한 12조~17조원, 하나 16조원, NH농협 15조원 규모다. 

 

이 자금은 서민금융 대출, 사회적 배려계층 지원, 상생 프로그램 확대 등에 활용될 예정이며 금융위는 이런 계획의 이행 가능성과 세부 내용을 점검한다.  

 

정부는 은행권이 우량 차주 위주로 높은 이자 수익만 추구한다는 비판이 지속되는 만큼, 중·저신용자에 대한 공적 역할 강화를 금융권의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최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가난한 사람이 더 높은 금리를 내는 구조는 금융계급제”라며 금리 구조 개선과 금융 취약계층 지원 확대를 재차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포용금융 강화를 위해 금융 이용실태, 금리 산정 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추가 개선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금리구조·채무조정·추심절차 등 취약계층이 체감하는 금융 환경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고 해외사례 연구 및 업권 간담회도 병행한다. 

 

정책서민대출의 금리 인하도 추진된다. 금융위는 햇살론 금리를 현행 15.9%에서 12.9%로, 사회적 배려계층은 9.9%까지 낮추는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해 정무위원회 의결을 받았다. 

 

지난달 금융위는 정책수요자가 체감하는 정책 변화가 미흡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 과정에 반영하는 ‘금융소비자 정책평가 위원회’를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 역시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압박을 받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자영업자, 신파일러 등 고금리 대출 의존도가 높은 계층을 위한 정책보증 상품, 대안 신용평가모델(CSS) 개선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2금융권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어서 무리한 저신용자 대출 확대가 연체율 상승 등 건전성 악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지방 소형 저축은행은 부동산 컨소시엄 대출 비중이 높아 서민대출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저축은행 업계는 공동 CSS 및 여신 시스템 개발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도 “2금융권은 연체율 관리가 우선”이라면서도 “조달금리 인하와 대손비용 관리 등을 위해 자체 신용평가 체계 고도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정부 주도의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정책이 시장의 금리 산정 구조를 왜곡하고 금융회사 부담만 키운다는 반발도 나오고 있다. 이미 금융사들은 새 정부의 새도약기금 등 배드뱅크 성격의 기금에도 출연금을 부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신용자에게 높은 금리가 책정되는 것은 통계적으로 연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며 “민간 금융회사에 해당 위험을 떠넘기는 것은 과도한 요구”라고 지적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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