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주요 동맹국들에 군사장비를 판매할 때 그동안 면제해온 개발 비용 등을 앞으로는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한국을 비롯한 일본, 호주 등 인도태평양 동맹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 동맹국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 한국에 정부 대 정부 계약인 ‘대외무기판매(FMS)’ 방식으로 무기를 판매할 때 부여해온 ‘비반복 비용(non-recurring costs·NC) 면제 혜택을 폐지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이로써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도입할 경우 그동안 감면받던 비용 부담이 확대될 전망이다.
또한 일본, 호주 등 인도태평양 핵심 동맹국과 나토 동맹국들에도 비슷한 입장이 전달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의 동맹국 전반에 걸쳐 방위비 분담 압박이 거세질 전망이다.
NC는 미국 방산업체가 무기를 개발하거나 생산할 때 발생한 비반복성 비용으로 초기 개발비, 설계비, 시험비용 등이 이에 해당한다. 미국 무기수출통제법에 따르면 미 국방부(전쟁부)는 FMS 방식으로 외국에 판매하는 특정 주요 무기에 대해 NC를 회수하도록 하고 있다. FMS 방식으로 무기 수출시 NC 중 일정액을 구매국에 추가로 청구함으로써 무기 개발에 투입된 미국 납세자의 세금을 일부 회수하도록 법제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미국 국방부는 일정한 경우에 한해 NC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해왔다. 특정 동맹국이나 우방국을 우대할 전략적 이유가 있거나, 국제 무기 수주전에서 미국이 불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기 판매시 NC를 청구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결정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식 동맹관’과 ‘동맹국들의 과도한 대미(對美) 무역흑자 시정 필요성’이라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맹국에도 비용을 정당하게 청구해야 한다는 ‘부담 공유’ 논리가 이번 NC 면제 폐지로 이어진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우리나라는 그동안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준하는 동맹’으로 분류됐다. 미국산 무기를 들여올 때마다 NC 면제를 당연하게 받아왔다. 하지만 이 특별 대우가 끝나면서 당장 방위비 부담이 급증하게 됐다. NC 면제로 절감한 비용은 통상 전체 구매액의 5% 수준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한미정상회담 계기에 한국이 미국산 무기 250억 달러(약 37조원) 상당을 2030년까지 구매하기로 한 상황에서 상황에서 NC 면제 종료는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미 정상회담 합의 내용을 담아 지난 14일 발표된 공동 팩트시트에는 “한국은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를 지출하기로 했다”는 문안이 포함됐다.
이번 조치로 한국 정부는 향후 미국산 무기 구매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군 안팎에서는 ▲미국과의 공동개발 확대 ▲국내 방산 역량 강화 ▲무기조달 다변화 등의 대응책이 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 당국자는 한국에 대한 NC 면제의 종료 관련 연합뉴스의 질의에 구체적 답변 없이 “한국 정부에 문의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