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시트,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운용방식 명문화…외환시장 안정 담아

이재명 대통령이 1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미 간 관세·안보 합의를 문서화하는 '조인트 팩트시트(JFS·합동설명자료)'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미 양국이 관세·안보 협상물인 팩트시트를 확정했다. 한미 양국은 1500억달러 규모의 조선업 투자의 경우 미국 조선업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을 대가로 한국 기업 등이 수익 100%를 가져오는 것을 합의했다.

 

 나아가 외환시장 안정 합의가 명문화되면서 2000억달러 직접 투자가 한국 외환 시장에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다소 진정시켰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팩트시트는 관세 인하를 대가로 미국에 약속한 3500억달러 투자펀드의 운용 방식을 명문화한 문서다.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전략적 투자는 2000억달러의 일반 투자와 1500억달러의 조선 협력 투자로 구성된다. 조선 협력 투자에는 외국인직접투자(FDI), 보증, 선박금융 등이 들어갔다.

 

 이에 대해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판단했을 때 충분한 투자금 회수가 보장되는 투자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기존에 협의한 대로 양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 이익을 증진하는 에너지, 반도체, 의약품, 핵심광물,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 첨단산업에 주로 투입될 전망이다.

 

 투자처 선정 시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9년 1월까지로 적시됐다. 투자처를 일찍 확정하겠다는 미국 측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약정 기간이 남았더라도 실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자금을 납입해야 한다. 대미 투자의 수익 배분은 일본의 대미 투자와 같이 원리금 상환 전 양국이 5 대 5, 상환 이후에는 미국 9 대 한국 1이다.

 

  2000억달러 투자하는 부분에 대해선 프로젝트 리스크를 낮추는 리스크 풀링 구조를 마련했다. 김 장관은 “개별 프로젝트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해당 특수목적법인(SPV)이 걷고, 상단에서 다수 SPV를 관리하는 우산형 SPV가 투자금의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구조”라며 “20년 기간 내 전체 원리금 상환이 어려울 것 같으면 수익 배분 비율 조정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관세협상 팩트시트 및 MOU'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특히 조선업 투자펀드 1500억달러의 경우 모든 수익이 100% 한국에 귀속된다. 이에 대해 김 장관은 “조선업 투자펀드 1500억달러의 조건은 전략투자 2000억달러보다 더 낫다”고 말했다. 

 

 조선 분야의 투자에서 미국 정부가 토지 임대, 용수·전력 공급 등에 노력한다는 내용도 MOU에 들어갔다. 미국에 조선업 생태계를 재구축하는 대가로 한국이 수익을 올린다는 내용이다.

 

 MOU에 따르면 한국이 투자하지 않기로 결정할 경우 미국이 한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이 투자처를 확정하면 한국은 45영업일 이전에 납입해야 하고, 이를 넘기면 남은 투자 금액을 채울 때까지 미국이 펀드 이익을 대신 받는다.

 

 나아가 한미 팩트시트에는 외환시장 안정이 별도 항목으로 들어갔다. 팩트시트에는 한국의 2000억달러 대미 직접 투자와 관련해 ‘한국 외환시장 불안을 야기해서는 안 된다는 데 상호 이해에 도달했다’며 ‘어느 특정 연도에도 연간 200억달러를 초과하는 액수의 조달을 요구받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고 적시돼 있다.

 

 한미 양국이 한국 외환시장 안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점이 확인되면서 최근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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