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워질수록 따뜻한 여행지가 그리워진다. 연말을 장식할 겨울휴가를 계획한다면 태국 방콕을 리스트에 올려보자. 저렴한 맛에 휴양할 것을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솔직히 말해 방콕은 더 이상 가성비 여행지가 아니다. 핵심은 가심비다. 미식·럭셔리 스테이·스파 면에서 누리는 경험의 질은 한국보다 접근성이 훨씬 좋다.
방콕은 아이코닉한 매력으로 N차 방문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는 도시다. 여유롭고 자유로운 로컬 분위기 속 왕궁과 사원, 화려한 스카이라인과 하이엔드 브랜드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특히 이곳은 ‘럭셔리 호텔의 격전지’로 호캉스 성지다. 11월부터 3월까지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건기인 만큼, 방콕 여행하기 좋은 계절이다. 지금 가장 ‘핫한’ 방콕 루트를 소개한다.
‘세련된 방콕’을 보고 싶다면 목적지를 총논시(Chong Nonsi)로 설정해보자. 총논시는 대조적인 매력이 공존하는 역동적인 지역이다. 외국계 기업과 대사관 등이 몰린 오피스 생활권, 활기 넘치는 시장과 길거리 음식, 트렌디한 카페, 미술관 등이 어우러진 ‘방콕식 복합 지구’다.
이곳의 랜드마크는 단연 ‘킹 파워 마하나콘’이다. 방콕의 하늘과 가장 가깝게 맞닿아 있는 건축물로 78층, 314m 규모다. 독일 건축가 올레 스히렌의 설계로 중·상부를 따라 불규칙하게 절개된 외관이 특징이다. 마치 테트리스 게임판을 연상시킨다. 방콕 BTS 총논시역 3번 출구로 나와 육교와 에스컬레이터를 통하면 쉽게 갈 수 있다.
이곳에 ‘더 스탠더드 방콕 마하나콘’이 있다. 한국인에게는 거꾸로 달린 빨간 간판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방콕 스탠다드는 단순 숙박공간을 넘어 감각을 자극하는 복합적 경험을 선사한다. 디자인, 예술, 미식, 전망 등을 결합해 호텔 전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확장했다.
우선 시각. 모든 공간이 화려한 컬러로 가득하다. 초록, 노랑, 빨강 등은 기존 5성급 호텔에서 보기 힘든 컬러플레이다. 이는 스페인의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작품이다.
155개 객실이 아욘 특유의 손맛과 장난기 어린 디자인으로 채워졌다. 복도 카펫에 반복적으로 새겨진 드로잉이나 정면이 아닌 거울 방향으로 배치된 조각상처럼 공간 구성에 작은 장치를 더했다.
강렬한 원색과 다양한 오브제를 활용하면서도 전체 분위기를 정제된 럭셔리로 마무리하는 방식은 ‘아욘의 디자인 언어’를 잘 보여준다. 그야말로 ‘일반적이지 않음(Anything but standard)’이라는 브랜드 정신을 녹여놨다. 이곳은 최근 미슐랭 1키로 선정됐다.
리셉션 카운터 뒷편에는 마르코 브람빌라의 비디오 작품인 ‘헤븐스 게이트’가 설치돼 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위대한 개츠비 속 이미지로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디카프리오는 과거 스탠더드 브랜드에 투자한 바 있다.
로컬 라이프가 궁금하다면 아침 7시 로비로 향하자. 호텔 내 가이드와 함께 총논시 일대를 탐방하는 ‘모닝 로컬 투어’가 진행된다. 호텔 인근의 라라이 삽 시장, 실롬 소이 20 아침시장 등을 걸어다닌다. 신청자가 없어도 직원들끼리 아침거리나 간식을 먹으러 매일 찾는다고.
시장에서는 방콕 특유의 탁발도 경험할 수 있다. 승려들을 위한 메뉴를 아예 판매하는 노점도 많다. 승려는 공양해준 사람에게 덕담과 축복을 기원한다.
동선에는 힌두 사원인 ‘스리 마하 마리아만 사원’도 있다. 연애운을 높여준다고 해서 현지 힌두교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로컬투어는 약 1시간 정도 이뤄진다. 가장 일상적인 방콕을 마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만큼, 강력 추천.
미식 역시 호텔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장치다. 76층에 자리한 루프톱 레스토랑 ‘오호(Ojo)’는 방콕에서 가장 주목받는 파인다이닝 중 하나다. 멕시코 요리에 태국 재료와 향을 접목한 메뉴 구성이 특징.
멕시코 출신 셰프 프란시스코 파코 루아노가 이끌고 있다. 시그니처 메뉴는 ‘아구아칠레(Aguachile)’. 킹 파워 마하나콘 최고층에 자리한 레스토랑답게 실내·야외 좌석 모두 파노라마 전망을 확보하고 있어 낮이든 밤이든 로맨틱한 분위기를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 베이징덕이 시그니처인 중식 레스토랑 ‘모트32’, 아메리칸 다이닝으로 질 좋은 스테이크를 제공하는 ‘더 스탠더드 그릴’ 등 파인다이닝이 몰려 있어 먹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78층의 루프톱 바 ‘스카이 비치’는 방콕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 파노라마 전망 속에서 음악과 음료를 즐길 수 있다. 투숙객에게는 매일 객실 인원수만큼 무료 입장권이 1장씩 제공돼 별도 예약 없이 이용 가능하다. 1층에서 74층까지 50초 만에 도달하면 방콕 도심이 360도 시야로 펼쳐지는 경험이 이어진다.
이왕 마하나콘 전망대를 찾았다면 스카이워크도 경험하자. 부직포 신발 커버를 신고 314m 높이 공중의 유리바닥 위로 올라간다. 그야말로 방콕 시내를 발 아래에 두고 내려다볼 수 있다. 참고로 대형 유리 안에 들어갈 때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갈 수 없다.
기념품을 구입하고 싶다면 1층 편집숍을 찾자. 현지 디자이너·아티스트의 굿즈는 물론 스탠더드 굿즈도 마련돼 있다. 호텔 시그니처인 다홍색 가운과 더 스탠더드 로고가 새겨진 티셔츠, 수영복 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가운은 태국 디자이너가 직접 자수한 제품이어서 인기다.
TIP. 태국식 파파야 샐러드 솜땀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찾아봐야 할 곳이 솜땀 제이 쏘(Som Tum Jay So)다. 이 지역 솜땀 애호가라면 누구나 극찬하는 곳이라고. 매콤, 새콤, 상큼한 파파야 샐러드를 선보인다. 특히 콘 솜땀을 추천한다. 구운 닭 날개와 돼지 목살도 찹쌀밥과 곁들여 먹기 좋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