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이 동맹 현대화의 일환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재명 정부의 임기 내 전작권 전환 의지와 맞물려 관련 논의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미 국방 당국도 내년까지 전작권 전환의 3단계 중 2단계 검증을 마무리하기로 하고, 신속한 전작권 전환을 위한 로드맵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4일 발표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의 결과물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양 정상은 전작권 전환을 위한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미국의 지원 아래 한국이 재래식 방위를 주도하기 위한 필수적인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 미국이 행사하는 전작권을 한국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팩트시트를 발표하면서 “국방력 강화, 전작권 환수를 통해 한반도 방위에 대한 우리의 주도적 의지를 천명했고 미국은 이를 지지하며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고 말했다.
한미 국방부 장관도 같은 날 발표한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공동성명에서 올해 전작권 전환을 위한 공동평가 결과 준비태세 및 능력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전작권 전환 3단계 중 2단계인 미래연합군사령부 완전운용능력(FOC)에 대한 검증을 내년 실시하고, 전작권 전환 조건 충족을 가속하기 위해 로드맵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1·2단계가 정량적 평가에 집중돼 있다면 3단계는 정성적 평가 위주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국 통수권자의 정무적 결단의 영역인 셈이다. 2027년부터 마지막 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에 들어가 양국 통수권자의 정무적 결단이 이뤄진다면 이재명 정부 임기(2030년 6월3일) 내 전작권 전환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전작권 문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한미가) 서로 간에 같은 의견을 가지고 있다”며 “임기 내에 가급적 빨리한다고 돼 있고,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팩트시트에는 주한미군에 대한 양국 합의 내용도 담겼다. 미국은 지속적인 주한미군 주둔을 통한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차 명시했다. 하지만 SCM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 전력을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문구가 제외됐다. 이 표현은 주한미군 전력을 2만8500명으로 유지하기로 합의한 2008년 제40차 SCM 공동성명부터 거의 매년 SCM 공동성명에 담겨왔다.
이번에 이 표현이 빠진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새로 수립 중인 국방전략(NDS)에 따른 주한미군 감축 혹은 전략적 유연성 강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관련해서는 팩트시트에 “양측은 2006년 이래의 관련 양해를 확인한다”는 문구가 담겼다.
한미 양국은 미국이 동맹국에게 지속해서 요구해온 국방비 인상 문제와 미국산 무기 구매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뤘다.
한미는 한국의 국방비를 조속히 국내총생산(GDP)의 3.5%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정부는 매년 8% 수준으로 국방비를 인상해 2035년 이전에 목표를 달성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2030년까지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에 250억 달러(약 36조4999억원)를 지출한다는 내용도 팩트시트에 명시됐다.
한편, 이번 한미 팩트시트에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가 짙게 스며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팩트시트에는 “양국은 북한을 포함해 동맹에 대한 모든 역내의 위협에 대한 미국의 재래식 억제 태세를 강화할 것”이라는 표현이 담겼는데, 여기서 ‘역내의 위협’은 사실상 중국을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은 이를 위해 미국의 지원으로 대북 연합 재래식 방위를 주도하며, 필수적인 군사적 역량 강화 노력을 가속하기로 했다. 이는 일차적으로는 북한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함이지만 대중국 견제와 관련한 한국의 역할 확대에 대한 미국의 기대와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번 발표는 단지 미국의 안보적 이익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한국에도 중요한 서해와 영공에서의 중국 측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양측의 이해도 투영됐다. 팩트시트에서 양 정상은 항행·상공비행의 자유와 여타 합법적인 해양 이용을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재확인하면서 모든 국가의 해양 권익 주장은 국제해양법과 합치해야 함을 재확인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