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3실장이 한·미 관세·안보 협상 과정의 후일담을 이재명 대통령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강훈식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위성락 안보실장은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전후의 협상 상황을 소개하며 당시 긴박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해당 영상은 ‘케미폭발 대통령실 3실장’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4일 밤 게재됐으며 양국이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를 발표한 직후 공개돼 협상 막판까지 이어진 조율 과정을 뒷받침했다.
관세 협상을 담당한 김 정책실장은 미국이 지난 8월 워싱턴DC 정상회담 이후 제시한 첫 협상안을 두고 “기절초풍할 정도였다”며 “1905년 을사늑약이 떠오를 정도로 불평등한 제안이었다”고 회상했다. 협상의 출발점이 매우 불리했다고 설명한 김 실장은 “미국도 정상회담이 다가오는데 조율이 안 되자 강하게 압박했고 그 분위기가 그대로 전달됐다”고 말했다. 그는 “양보할 수 없는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끝까지 버텼다”며 “감내 가능한 수준의 결과를 위해 사실상 사투에 가까운 협상을 이어갔다”고 강조했다.
강 비서실장은 타결 직전 상황을 “긴장감이 극도로 올라간 상태에서 이견을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협상을 위해 “무려 23차례나 장관급 회담이 이어졌다”고 밝히며 준비 과정의 치열함을 강조했다. 강 실장은 내부 조율 과정에서 “정책실장과 안보실장은 진척된 부분을 중심으로 (내부) 설득을 담당했고 제가 제일 완강한 입장에 서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더 강경한 기준을 유지한 건 대통령이었다”고 덧붙였다.
위 안보실장은 극적인 타결 배경에 대해 “막판에 주요 협상 당사자들이 서로의 입장을 다시 살펴보고 상대를 배려하는 방향으로 한 발씩 물러선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협상은 성공적이었다”면서 “대통령의 신속한 판단과 참모진의 대응 전략이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이 이번 비공개 협상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한 것은 협상이 단순한 선언이 아닌, 상당한 압박 속에서 이뤄진 결과였음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협상 과정에서 대통령과 참모진의 강경한 원칙과 대응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