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이 9만4000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6일 12만6251달러로 역대 최고가를 기록한 지 한 달 만에 30% 넘게 급락했다.
18일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 16일 1개당 9만4662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와 이에 따른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 확대, 증시 내 위험자산 선호 약화가 급락세를 불렀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에 대해 100% 관세 검토를 하겠다 발언한 이후 비트코인 가격은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지난 13일 뉴욕 증시가 급락하자 비트코인 10만 달러가 붕괴한 바 있다. 또한 미국 주식시장에서 기술주 주가 역시 인공지능(AI) 거품론 확산 등에 힘입어 약세를 보이며,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은 현재 3142달러로 지난 7일 동안 13.39% 급락했다. 같은 기간 리플(-7.31%), 바이낸스(-8.04%), 솔라나(-17%), 도지코인(-11.62%), 카르다노(-16.07%) 등 주요 알트코인 시세도 폭락세다.
지난 4일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 해킹을 당하면서 1억달러(약 146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이 유출된 것도 시장의 불신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월가에서는 비트코인을 비롯한 위험자산의 향후 흐름은 엔비디아의 회계 3분기(8~10월) 실적에 달렸다고 보고 있다. AI 열풍의 핵심축인 엔비디아는 기술주뿐 아니라 AI 활용을 위한 대규모 인프라 확충에 연관된 여러 기업의 주가를 끌어올린 핵심 테마주 역할을 해왔다. 또 비트코인 가격과 엔비디아 주가는 매우 비슷하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브로커 업체 XS닷컴의 안토니오 어네스토 디 지아코모 수석 시장 분석가는 “기술주 전반의 매도세가 위험선호 심리를 약화시킨 점이 비트코인 하락의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엔비디아의 이번 실적에 주목하는 이유다. 시장 기대치에 맞는 실적이 나오면 ‘AI 거품론’이 잠잠해지고 위험자산 투자심리도 회복될 전망이다. 반대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기술주 조정이 가팔라지고 AI 거품 붕괴론이 불붙을 수 있다. 이 경우 비트코인은 한 단계 더 큰 하락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비트코인이 가치저장수단으로 재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은 최근 성과가 아쉬웠으나 트럼프 당선 직전부터 측정시 금과 유사한 성과를 시현했다”며 “신용화폐의 가치저장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가시지 않는 국면에서 비트코인은 계속 주목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달러가 가진 문제점은 모든 신용화폐에서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대체 가치저장수단이 주목받는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