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독감(인플루엔자) 유행이 예년과 다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분석 결과, 올가을 독감 의심 환자 발생 규모가 최근 10년 중 동일 시기 기준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17일 ‘호흡기감염병 관계부처 합동대책반’ 회의에서 “올해 독감 유행은 평년보다 한 달가량 앞선 10월부터 본격화돼 단기간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이미 지난달 17일 독감 유행주의보를 발령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독감 패턴이 달랐던 2020~2023년을 제외하면, 최근 10년 가운데 가장 빠른 발령이다.
45주차(11월 2~8일) 표본감시 결과에서도 증가세는 뚜렷하다. 일주일 동안 표본감시 의료기관 외래환자 1천 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50.7명으로, 직전 주(22.8명)와 비교해 2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18세 이하, 그중에서도 초등학생 연령대가 확산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7~12세 의심 환자는 외래환자 1천 명당 138.1명으로, 한 주 전(68.4명)의 두 배에 달했다. 임 청장은 “올해 45주차 발생은 최근 10년 중 같은 시기 최고치”라며 “초등학생 연령층은 이미 지난 절기 정점 수준에 근접해 있다”고 우려했다.
독감 확산 흐름은 한국만의 현상도 아니다. 일본과 영국에서도 독감 유행이 지난해보다 1~2개월 앞서 시작되며 빠르게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임 청장은 “해외 동향과 국내 증가 속도를 고려하면 이번 절기는 유행 기간이 길어지고, 규모 역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손 씻기 등 기본 위생수칙 준수와 예방접종 참여를 당부했다.
현재 정부는 65세 이상 고령층, 임신부, 생후 6개월~13세 어린이를 대상으로 무료 예방접종을 지원 중이다. 이 중 어린이 접종률은 57.2%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포인트 높아졌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코로나19와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등 주요 호흡기 감염병 상황도 점검됐다.
코로나19 입원환자는 여름철 증가세 이후 9월 중순부터 감소로 전환돼 현재는 매주 200명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RSV 입원환자는 45주 기준 216명으로, 지난해 동기간(122명)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최근 4주 입원환자의 84.1%가 0~6세 영유아로 집계돼 산후조리원·보육시설 등에서의 집단 감염 예방이 특히 강조됐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