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 나선 위험한 개미들] 정부, 대출 조이면서 '빚투 레버리지'만 커진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별관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의 성공을 위한 금융기관간 업무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부동산 대출 규제를 연달아 강화하고 있는 정부가 다른 한편으로는 주가시장 부양 정책에 속도를 내면서 개인투자자의 빚투 심리를 되레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가는 레버리지는 정부 규제로 줄어드는 반면, 주식시장에는 규제 완화와 유동성 유입 신호가 집중되면서 개인들이 대체 가능한 레버리지 수단을 통해 시장에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올 6월 ‘6·27 부동산 대책’, 10월 ‘10·15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며 주택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통한 가계부채 관리 규제를 강화했다.

 

투자 목적으로 대출을 활용하려는 수요뿐 아니라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까지 광범위하게 조였다. 특히 고액 다주택자나 갭투자를 겨냥한 규제는 더 강화됐다.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과도한 레버리지는 차단하고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겠다는 정부의 방향성은 명확하다. 그 결과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던 레버리지는 줄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제공

반면 주식시장은 규제 완화와 유동성 유입 신호가 집중됐다. 정부는 상법 개정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 확대 검토 등으로 증시 유동성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자산시장으로 옮겨야한다는 정부 기조가 반영된 흐름이긴하나, 투자자들은 빚을 내 투자하는 부작용이 일고 있다. 

 

부동산 관련 대출이 막히자 개인투자자들은 신용대출·카드론·현금서비스 등 고금리성 대출로 우회하는 모습이다. 

 

이런 흐름은 데이터에서도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조원 넘게 증가했다.

 

대표적인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6일 기준 26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돌파했으며 현재까지 잔고를 유지 중이다. 

 

신용융자는 변동성이 큰 종목에 몰리는 경향이 강한데 현재 자금은 반도체, 2차전지,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집중돼 있다. 문제는 이러한 종목들은 조그마한 조정에도 반대매매가 대거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다만 금융당국에서는 이러한 신호가 시장에 위협을 줄 만한 정도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신용대출이 전체 가계부채를 견인하거나 건전성에 위협을 줄 수준은 아니다”면서도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는 자기 책임하에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무리한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단기적으로 신용융자 관리 강화, 레버리지 거래 현황 분석, 증권사 위험관리 점검 등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신용융자가 자본재·반도체에 집중되고 외국인 매수가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어 향후 환율 변동, 대외여건 변화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경우 해당 종목들의 급락 위험과 신용투자로 인한 파급효과 증폭 가능성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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