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달러 환율의 구조적 변동 요인에 대한 고찰

최영미 하나은행 Club1 도곡 PB센터 PB부장

 최근 달러 인덱스가 미국 고용 둔화 속에서 관세 인상 충격, 정부 셧다운 장기화에 따른 경기 악화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재개 등의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하반기 들어 미국 대 주요국 간의 무역협상이 타결된 가운데 특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무역협상 진전과 한미 투자협상 합의 등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됐다. 글로벌 반도체 업황 호조로 국내 반도체 수출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코스피 강세로 외국인은 주식 순매수로 전환되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9월 이후의 상승세를 이어가 여전히 1400원대 초중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외환 시장의 구조적 불안 요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우선 대외의 구조적 불안 요인을 살펴보면 미 정책의 불확실성 가중·신뢰 약화를 꼽을 수 있다. 달러화 약세는 경기 여건·통화 정책 영향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의 급진적이고 불규칙한 경제적인 추진에 따른 정책신뢰 약화도 작용한다.

 

 아울러 미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신뢰 약화는 위험 회피 확산을 통해 원화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러한 요인에 의한 달러화의 약세는 원화 강세를 제약하고 있다.

 

 또 하나의 대외적 요인은 미·중 간의 갈등 심화이다. 지난달 말 APEC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은 대중 펜타닐 관세 10%포인트 인하,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재개와 희토류 통제 1년 유예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구체성 결여에 따른 이행 과정의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무역 불균형 등 갈등의 근본 원인에 대한 논의가 부재해 구조적인 갈등 지속과 그에 따른 긴장 재고조의 위험이 상존하고 우리나라의 미·중 간 연계성 고려 시 미·중 관계 악화와 불안 고조는 우리에게 경제적 악영향을 초래한다.

 

 대내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둔화되는 반면에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개선되고 있다. 미국은 견조한 자본 축적 및 생산성 개선에 힘입어 성장률이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2%를 상회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펜데믹 이후 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며 원·달러 상승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을 계기로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 및 분절화 심화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수출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가 축소되고 우리나라 주요 수출품목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점도 환율 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해외투자 확대로 외화 유출이 지속되고 수출기업의 해외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달러 보유 필요성이 증대되는 점 등 달러화 강세 요인이 상존해 있다.

 

 2026년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지속 전망과 양적 긴축의 종료 등에 따른 달러화 약세 요인이 원·달러 환율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미국 정치적 요인에 의한 달러화 약세는 달러화 하락과 원·달러 환율 하락 간의 연계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또 미·중 간의 구조적 갈등이 여전한 상황이기 때문에 환율의 낙폭 제한·추세적인 상승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영미 하나은행 Club1 도곡 PB센터 PB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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