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서울 양천구 신정동에서 발생한 부녀자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사건 발생 20년 만에 특정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21일 두 건의 살인사건을 동일인이 저질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피의자 전모씨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전씨는 2015년 암으로 사망해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씨는 2005년 6월 6일 자신이 관리인으로 근무하던 신정동 한 빌딩에서 귀가 중이던 20대 여성 B씨를 지하 창고로 유인해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한 뒤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11월에는 동일 빌딩을 방문한 40대 여성 C씨에게 같은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씨는 두 피해자의 시신을 각각 쌀 포대와 비닐·돗자리로 감싼 뒤 자신의 차량으로 운반해 인근 주택가와 초등학교 주변 노상에 유기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 결과 전씨는 두 번째 사건 발생 3개월 뒤인 2006년 2월 동일 장소에서 유사한 성범죄를 시도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돼 2009년까지 복역한 전력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유전자 감식 기술 한계 등으로 연쇄살인 사건과 연결되지 않았다.
사건은 2013년 미제사건으로 전환됐으며, 이후 2016년 신설된 서울경찰청 미제사건 전담팀이 수사를 이어받았다. 경찰은 사건 현장 증거물 재감정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두 차례 의뢰해 2020년 동일한 유전자형을 확인했다. 그러나 피의자를 특정할 수 없어 약 23만여 명을 대상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1514명의 유전자를 채취해 대조했지만 일치자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이후 사망자 56명을 포함해 후보군을 넓혔고, 당시 빌딩 관리인이었던 전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전씨의 유전자를 확보하기 위해 경기 부천·광명·시흥 지역 병원 등을 탐문한 결과, 한 의료기관에서 보관 중이던 전씨의 세포 조직이 발견됐다.
해당 조직을 확보해 국과수에 감정한 결과 연쇄살인 현장에서 나온 유전자와 일치한다는 답변을 지난 7월 9일 통보받았다. 경찰은 이후 관련자 조사와 압수수색 등을 통해 전씨의 범행 정황을 확인했다.
신재문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 4팀장은 “앞으로도 장기미제 사건의 진실을 범인의 생사 여부와 관계없이 끝까지 규명하겠다”며 “오랜 시간 경찰을 믿고 기다려준 유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밝혔다.
한주연 온라인 기자 ded0604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