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은행 창구로 자금 수요가 빠르게 몰리고 있다. 규제 시행 전 대출을 확보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정기예금은 금리 상승 등 영향으로 이달에만 10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0일 기준 769조2738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대비 2조6519억원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집단대출 포함) 잔액은 611조7523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1062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은 1조3843억원 늘어난 106조1173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은 총량 관리를 위해 대출 취급을 순차적으로 중단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연내 실행 예정인 주택구입 목적 주택담보대출을 비대면 기준 22일부터, 대면 기준 24일부터 중단했다. 타행 대환 목적의 주담대·전세대출·신용대출도 같은 날부터 신규 취급이 막혔다. 비대면 신용대출인 ‘KB스타 신용대출 1·2’ 역시 판매가 중단됐다. 하나은행은 25일부터 올해 실행되는 대면 주담대와 전세대출 신규 접수를 제한하기로 했다. 내년 실행 예정 건은 정상 접수가 가능하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고정·변동금리 모두 상단이 6%를 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자 부담이 커졌음에도 규제 전 마지막 대출 수요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금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5대 은행 정기예금 잔액은 20일 기준 975조4571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9조8882억원 증가했다. 시장금리 상승이 반영되면서 은행권이 정기예금 금리를 잇달아 인상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기적금 잔액은 46조684억원으로 한 달 새 3092억원 늘었다. 반면 요구불예금(MMDA 포함)은 645조3605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2조4959억원 감소했다.
은행권은 연말을 앞두고 대출 총량 규제를 엄격히 적용하는 한편, 예금 상품 금리 인상을 통해 수신을 확대하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