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원화가치, 금융위기 이후 ‘최저’…하락폭은 세계 2위

원·달러 환율이 1470원을 돌파한 지난 21일 서울 중구 명동 환전소에 원·달러 환전 시세가 보이고 있다. 뉴시스

지난달 원화의 실질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로 추락했다.

 

23일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al effective exchange rate) 지수는 올해 10월 말 기준 89.09(2020년=100)로, 한 달 전보다 1.44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국내 정치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올해 3월 말의 89.29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 말(88.88) 이후 16년2개월 만에 최저치다.

 

실질실효환율은 한 나라의 화폐가 상대국 화폐보다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의 구매력을 가졌는지를 나타내는 환율이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기준 연도 대비 고평가, 100보다 낮으면 저평가돼 있다고 간주한다.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은 BIS 통계에 포함된 64개국 중 일본(70.41), 중국(87.94)에 이어 세 번째로 수치가 낮았다. 10월 한 달간 실질실효환율 하락폭(-1.44포인트)은 뉴질랜드(-1.54포인트)에 이어 64개국 가운데 두 번째로 컸다.

 

당국은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액이 올해 들어 급증한 것을 원화가치 하락의 근본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한은 국제수지표에 따르면 올해 1~9월에만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액(증권투자 주식 부문)은 718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421억달러), 2023년(298억달러)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10년 전인 2015년 내국인의 해외주식 투자액은 163억달러에 불과했다.

 

지난 21일 기준 달러당 원화값은 1475.6원에 거래를 마쳤다. NH선물 리서치센터는 최근 발표한 외환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달러당 원화값 상단을 1540원으로 제시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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