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4년 모아야 하는데 어떻게 사나... 서울 30대 무주택 가구 역대 최대

서울에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14년가량을 꼬박 모아야 할 정도로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무주택자 수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시스

 

 

서울에서 집을 사려면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14년가량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내 집 마련의 문턱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30대 무주택자 수가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하반기(6~12월) 전국 표본 6만100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2024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자가 보유 가구의 연 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수(PIR·Price to Income Ratio)는 13.9배(중간값 기준)로 집계됐다. PIR은 월급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을 때 집을 마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뜻한다. 지난해 서울에서 내 집을 사려면 13년 11개월가량 월급을 전혀 쓰지 않고 모았어야 한다는 의미다. 2022년 15년 2개월로 가장 길었다가 2023년 13년으로 낮아졌으나 지난해 들어 다시 높아졌다. 이런 상황이니 정부에서는 연이어 대책을 내놓고 집값 안정을 위해 노력 중이기도 하다.

 

글로벌 도시와 비교해도 서울 집값은 높은 편이다. 업계에서 종종 인용되는 글로벌 통계 사이트 넘베오(Numbeo)의 통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 서울 PIR은 약 26배로, 세계 14위 수준에 달한다. 넘베오가 집계한 PIR은 집값이 소득 대비 얼마나 비싼지 측정하는 데 사용하는 지표다. 서울 거주자의 1년 평균 소득으로 중위가격의 주택을 사들일 때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해당 통계에서 영국 런던이 16년, 일본 도쿄가 15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나 서울보다 낮았다. 반면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는 각각 37년, 35년이 걸렸고 대만 타이페이는 35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왔다. 

 

이렇다 보니 무주택 청년들에게 서울 내 집 마련은 ‘하늘의 별 따기’가 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서울에 사는 30대 무주택 가구가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았다.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 주택소유통계와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 거주하는 30대(가구주 기준) 무주택 가구는 52만7729가구로 집계됐다. 전년보다 1만7215가구 증가하며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서울 30대 무주택 가구는 2015년 47만5606가구에서 2018년 45만6461가구까지 줄었다가 이듬해부터 6년 연속 늘었다. 증가 폭은 2021년 3000가구대에서 2022년 1만5000가구대, 2023년과 지난해 1만7000가구대로 커졌다. 특히 지난해 증가 폭은 역대 가장 컸다.

 

반면 서울의 30대 집주인은 3년째 줄고 있다. 지난해 서울 30대 주택 소유가구는 18만3456가구로 전년보다 7893가구 감소해 역대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무주택 가구가 주택 소유가구보다 2.9배로 많아 그 격차는 역대 가장 큰 수준으로 벌어졌다. 서울 30대 주택 소유가구는 2015년 23만7000가구 수준에서 꾸준히 줄다가 2021년 소폭 늘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감소해 2023년(19만1349가구) 20만선이 무너졌다.

 

무주택 가구는 늘고 주택 소유가구는 줄면서 주택 소유율은 낮아졌다. 지난해 서울의 30대 가구 가운데 주택 소유가구의 비중을 뜻하는 주택 소유율은 25.8%를 기록했다. 서울 30대 주택 소유율은 2015년 33.3% 수준이었으나 2020년 30.9%까지 떨어졌고 2021년(31.2%) 소폭 반등한 뒤 2022년(29.3%) 다시 하락해 지난해 25%대까지 내려왔다. 전국 30대 주택 소유율은 36.0%로 6년째 하락해 마찬가지로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지만, 서울과는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정부가 올해 연이은 내놓은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시장 진입장벽이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분석된다. 청년층 사이에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대출 규제 강화로 현금 부자만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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