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성장률 전망 1.8%…환율·집값에 기준금리 4회 연속 동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 높였다. 기준금리는 네 차례 연속 2.5%로 동결했다. 

 

 한은은 1500원을 넘보는 고환율과 쉽게 꺾이지 않는 집값 등으로 금융시장 불안이 여전하고 판단해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지 않았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2.5%로 유지했다. 4회 연속 동결이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과 11월 연속 금리 인하에 나선 후 올해 2월과 5월 금리를 낮춘 바 있다.

 

 금통위는 외환 시장 불안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해 금리를 조정하지 않았다. 재정 확장과 한·미 금리 역전차 장기화, 대미 투자 경계에 해외 증시 투자 열풍까지 겹치면서 환율은 금융위기 수준인 1500원대를 넘보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성장은 전망의 불확실성이 여전하지만 소비와 수출을 중심으로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정책 여건을 점검해 나가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동결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차가 확대되는 것도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미국의 12월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높아진 상황에서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낮췄다가는 현재 1.5%포인트인 금리 역전차가 더 확대되면서 환율이 급등하고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 불안도 여전하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0.9%에서 1.0%로 0.1%포인트 상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로는 1.6%에서 1.8%로 올려잡았다.

 

 이 총재는 “한·미 무역협상 타결과 글로벌 반도체 경기 호조 등으로 수출과 설비투자 증가세가 당초 예상을 상회할 것”이라며 “소비 측면에서도 확장적 재정정책과 경제심리 개선의 영향이 커지면서 회복세가 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건설투자는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그 속도는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며 “이러한 성장경로에는 글로벌 통상환경, 반도체 경기, 내수 회복 속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각각 2.1%로 높여잡았다. 국제유가 불확실성, 고환율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이상기온으로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 압력을 고려한 결정이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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