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의약품 품절… “불투명한 유통구조부터 바뀌어야”

-중소 도매업체 난립… 재고 편차 극심, 배송 추적도 불가

약국에서 주요 의약품의 품절 사태가 반복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현재 불투명한 유통구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수개월 동안 전국 약국에서 감기약, 항생제, 혈압약 등 주요 의약품의 품절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의약품 유통구조가 본질적 배경이라고 지적한다. 구조적 불투명성과 왜곡된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한다는 의미다.

 

30일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 도매 업체 수는 지난해 기준 3999곳이다. 이는 10년 전인 2014년(1966곳)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자 지난해 의약품 제조소(316곳)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수치다.

 

이처럼 의약품 도매업체가 급증한 가운데 품절약이 발생하면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서면서 약국이나 환자들에게 의약품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필요한 의약품이 어느 도매업체에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며 “실시간 재고 현황 관리나 배송 추적 같은 선진 유통 시스템 도입도 먼 얘기”라고 입을 모은다. 대부분 중소 도매업체라 인적 역량을 강화할 여유나 시설 투자도 미흡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분명 시중에서 구하기 힘든 품절 약인데 (일부 지역에서는) 판매가 안 돼 도매 쪽에서 (제약사로) 반품이 들어오는 사례가 꽤 빈번하게 있는 걸로 안다”며 “어디서는 없어서 발을 동동 구르고 다른 쪽에서는 필요 이상으로 가지고 있는 셈인데, 문제는 이걸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어렵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불투명한 유통구조에 따른 편법 행위들도 의약품의 원활한 공급을 막는 요인 중 하나다. 대표적인 것이 소위 ‘끼워팔기’다.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해야 품절약을 제공하거나 상대적으로 덜 인기 있는 의약품을 강매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올해 5월 비만치료제 삭센다 수량이 부족해지자 한 유통업체에서 상대적으로 재고가 넉넉한 위고비를 끼워팔아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유통업체 인천약품 영업사원이 ‘추석 이후 특정 진해거담제 시럽이 품절될 수 있다’는 문자메시지를 약국들에 보낸 뒤 주문이 급증하는 일이 발생했다. 여러 약국에서 주문이 몰리면서 해당 의약품은 이후 실제로 품절돼 소문이 진짜 품절을 부른 사례가 돼 버렸다. 인천약품은 이후 홈페이지에 공식 사과문을 게재하고 개인 일탈로 조사됐다고 발표했지만 약사회는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정부와 여당은 대체조제 활성화 등을 의약품 품절 사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내놓고 있다. 지난 2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열린 커뮤니케이션 포럼에서 조원준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수석전문위원은 의약품 수급 불안 문제에 대해 국가 책임 강화를 강조했다. 그는 “의약품 공공 생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대체 조제 활성화와 성분명 처방 등을 통해 필수의약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기 진해거담제나 소염진통제 등 대체 조제로 공급부족 현상 해소가 어려운 의약품들이 다수 존재하는 만큼 의약품 유통구조가 우선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불투명한 유통 구조 문제만 해결되더라도 의약품 공급 문제가 상당 부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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