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팡 본격화에 미국 소송까지…정보유출 사태 일파만파

대규모 정보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에 경찰 압수수색, 국회 청문회, 소비자 집단소송 등 전방위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시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쿠팡을 이탈하는 이른바 탈팡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쿠팡이 유출 사실을 알린 지 열흘이 지났지만 보상계획은 공개되지 않은 상태로, 소비자들의 집단소송이 본격화되고 있다. 쿠팡 국내 법인뿐 아니라 미국 본사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까지 예고됐다. 경찰은 명확한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이번 사건을 강제수사로 전환했다. 국회는 김범석 쿠팡 아이엔씨(Inc) 이사회 의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출석 여부는 불투명하다.

 

 9일 데이터 테크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쿠팡 일간 활성 이용자(DAU)는 1594만746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 일간 이용자를 기록한 지난 1일 1798만8845명에 비해 204만명 넘게 줄어든 수치다.

 

 3370만개의 대규모 정보유출이 확인된 지난달 29일 이후 로그인과 비밀번호 확인 또는 회원 탈퇴 방법 모색 등 점검 차원에서 쿠팡 앱에 접속한 소비자들이 일시적으로 급증한 바 있다. 이후 지난 1일 역대 최고 이용자 기록을 세운 뒤 연일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간 이용자 수도 지난달 30일 사상 처음 1700만명대를 넘어선 뒤 지난 4일 1600만명대로 내려앉았다가 이번에 1500만명대로 더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다른 이커머스 기업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쿠팡과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네이버의 수혜를 예상하고 있다.

 

 쿠팡을 향한 정치권의 압박도 본격화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수사관 17명을 투입해 쿠팡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도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한 청문회를 오는 17일 실시하기로 의결했다. 김범석 의장과 박대준 쿠팡 대표 등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뿐만 아니라 쿠팡은 역대급 과징금을 물게 될 위기에 놓였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정보유출 등 위반 행위 시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약 41조원이며, 이를 기준으로 한 과징금은 1조2000억원 수준이다.

 

 이 가운데 한 로펌이 뉴욕증시에 상장된 쿠팡 모기업 쿠팡 Inc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미국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혀 업계 관심이 쏠린다. 미국 법원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하면 쿠팡은 막대한 배상금을 물게 된다.

 

 한국 법무법인 대륜의 미국 현지 법인인 미국 로펌 SJKP는 이날 뉴욕 맨해튼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 Inc를 상대로 미국 뉴욕 연방법원에 소비자 집단소송을 공식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소송은 현재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과 별개로 진행된다.

 

 한국 소송에 참여한 약 200명이 미국 소송에도 동시에 참여했으며, 소송 참가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한국 피해자들뿐 아니라 쿠팡 서비스를 이용한 경험이 있는 미국 거주자 및 미국 시민도 원고인 집단에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소송 참가자가 추가되는 대로 가급적 연내 미국 법원에 소를 제기할 방침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은 영미법에서 고의적·악의적 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발전한 배상 방식으로, 실제 손해에 대한 배상의 몇 배를 배상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보통 2∼5배의 손해배상 액수를 정하고 있지만 중대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그 이상을 배상액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이번 사태가 국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현실화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개인정보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된 이후 10년간 단 한 번도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된 적이 없다”며 “올해 여러 업종에서 대규모 정보 유출 사태가 반복되고 있고 쿠팡 사태로 국민의 5분의 3 이상이 피해자가 됐다는 점에서 기존 1인당 10만원 수준의 손해배상은 사고방지 및 불법행위 억제의 기능을 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이 지난 2일 직접 쿠팡 사태와 관련해 과징금 강화와 징벌적 손해배상 현실화를 주문하고, 다음 날 개인정보위원회가 제재 강화 및 배상제도 실효성 강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만큼 기업들의 배상책임 규모가 과거보다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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