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1∼3월) 전기요금이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 가정용은 11분기 연속, 산업용은 5분기 연속 동결이다.
한국전력은 내년 1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2일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단기적인 에너지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요금의 기준이 바로 연료비 조정단가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최근 3개월간 유연탄과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종합해 ㎾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된다. 실제 내년 1분기 연료비조정단가는 ㎾h당 -13.3원이지만, 한전은 최대치인 +5원을 적용하기로 했다. 2022년 3분기부터 15분기째 유지다.
내년 1분기의 경우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소 안정된 모습을 고려할 때 연료비조정단가를 소폭 낮출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한전의 재무 부담과 최근 몇년간 국제유가 상승으로 전기료 상승요인이 발생했을 때도 전기료를 그만큼 올리지 못했다는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5원을 계속 적용하도록 결정했다. 한전의 총부채는 올해 3분기 기준 205조원에 달한다.
이처럼 연료비 조정요금을 현재 수준으로 동결하고 이 밖의 기본요금과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도 따로 손대지 않기로 하면서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된다.
한전은 “내년 1분기 연료비 조정단가의 경우 한전의 재무 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올해 4분기와 동일하게 ㎾h당 +5원을 계속 적용할 것을 정부로부터 통보받았다”며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도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통보받았다”고 전했다.
앞서 전력당국은 한전의 재무위기 등을 고려해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만 평균 9.7% 인상한 바 있다. 국민 경제 부담, 생활 물가 안정 등 요인을 따져 주택용과 음식점 등 상업 시설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 상태다.
전력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고속도로를 위해서는 재원 마련을 위해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서도 “물가 상승과 2026년 지방선거를 감안할 때 전기 요금 인상은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대신 정부는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7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계시(계절, 시간) 요금제 개편 방안을 보고한 바 있다. 낮 시간대에는 요금을 할인해주고 밤 시간대는 인상하는 방향이 핵심이다. 동시에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곳이 지역에 분산되도록 지역별 전기요금 차등제 도입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