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한 달째에 접어든 가운데, 양측이 종전안을 주고받으며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협상과 별개로 군사 충돌은 오히려 격화되며 긴장이 최고조로 치닫는 모습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직후 “이란 체제 또는 잔여 세력과 특정 사안에 대해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며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지상군 없이도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며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협상은 중재국을 통한 간접 접촉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영국 BBC는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공식 협상 개시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며, 양측 입장 차가 여전히 크다고 전했다. 현재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 튀르키예, 이집트 등을 통해 제안을 교환하고 있지만 상호 불신이 큰 상황이다.
중재국들은 협상 진전을 위해 별도 회동을 추진 중이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이번 주말 파키스탄에서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외무장관과 만나 이란 사태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외교 움직임과 달리 군사 긴장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미 육군 82공수사단 병력 1000명 이상을 포함한 수천 명의 병력이 중동으로 이동 중이며, 해병대 병력 2200명도 추가 배치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 남부 부셰르 원자력 발전소 등 핵시설을 포함한 주요 거점을 타격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다.
이란 역시 대응에 나섰다. 예멘 후티 반군은 직접 군사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고,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 기지에 대한 공습으로 미군 최소 10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도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전선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전쟁 장기화는 글로벌 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커지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12.57달러까지 상승,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지 못하고 회항했다는 소식까지 겹치며 공급 불안이 확대된 영향이다.
인명 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란에서는 1900명 이상이 사망했고 레바논에서도 1000명 넘게 숨졌다. 이스라엘 사망자는 18명, 미군은 13명으로 집계됐다.
외교적 해법의 실마리는 보이기 시작했지만, 협상 진전과 별개로 군사 충돌이 확대되는 ‘이중 국면’이 이어지면서 단기간 내 종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