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국제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에 사실상 ‘톨게이트’를 설치해 통행료를 징수하겠다는 구상을 공식화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안보 서비스’ 명목의 비용을 부과하는 법안 마련에 착수했으며, 이르면 다음 주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는 해협에 대한 자국의 주권과 통제권을 제도적으로 명확히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란은 이미 전쟁 이후 중국, 인도 등 일부 우호국 선박에 한해 통항을 허용하면서 약 200만달러(약 30억원)의 비용을 위안화로 받은 사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에는 이를 제도화해 모든 통과 선박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란 측은 선박당 동일 수준의 비용을 적용할 경우 연간 1천억달러 이상의 수입도 가능하다는 계산을 내놓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평균 120척 이상의 선박이 오가는 핵심 해상로로, 현재 전쟁 여파로 걸프 해역에 묶인 선박만 약 3천200척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최근 민간 선박 공격 등을 통해 해협 통제력을 강화한 뒤 미국에도 통행료 징수권을 인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는 이란이 제시한 종전 조건에도 포함됐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종전을 위한 ‘5대 조건’ 가운데 하나로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합법적 주권 행사 보장”을 제시했으며, 이는 사실상 통행료 징수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국제법적 정당성에는 논란이 크다. 호르무즈 해협은 이란과 오만의 영해에 걸쳐 있지만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으로 분류돼 선박의 자유로운 통과가 보장된다.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르면 통과 자체에 대한 통행료 부과는 허용되지 않으며, 특정 서비스 제공에 대한 비용만 제한적으로 청구할 수 있다.
미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징수는 불법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위험한 조치”라며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이 제시한 종전안에도 해협 봉쇄 해제와 자유 항행 보장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이 중재국을 통한 간접 협상에 나선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문제는 향후 대면 협상이 이뤄질 경우 핵심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