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해외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리스크를 반영해 1조4000억원대 공사손실충당부채를 설정했다. 공사손실충당부채란 향후 공사를 마칠 때까지 예상되는 총비용이 총수익을 초과할 경우 예상되는 손실액을 부채로 인식해 미리 회계에 반영하는 항목이다.
29일 한전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수원 해외 사업 부문의 공사손실충당부채는 1조434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3분기(5446억원)와 비교했을 때 불과 한 분기 만에 3배 가까이 폭등한 수준이다. 이 같은 대규모 손실은 모회사인 한국전력의 전력 공급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요금 인상이란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번 공사손실충당 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조2146억원은 한수원이 2022년 수주한 이집트 엘다바 원전 사업에서 발생했다. 러시아 국영 원자력기업 로사톰의 자회사(ASE)가 주도하는 원전 프로젝트로 한수원은 기자재 공급과 터빈건물 시공 등을 맡았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자재 수급난과 가격 폭등이 겹치며 사업비가 대폭 증가했다.
나머지 2200억원은 루마니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사업에서 발생했다. 이 사업은 유럽 현지의 엄격한 인허가 절차와 설계 승인 방식을 간과한 공정 설계로 인해 공사가 1년 넘게 지연 중이다.
한수원의 대규모 손실은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모기업인 한전의 실적 악화로 직결됐다. 이미 200조원이 넘는 부채에 시달리는 한전이라 이번 손실이 전력 공급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결국 전기요금 인상 압박을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공사손실충당부채는 확정적인 적자는 아니고 현재의 데이터상 손실이 예상되는 금액을 장부에 미리 기재한 것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이번 부채 설정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보수적으로 산정한 수치”라며 “비용 관리와 자구 노력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