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가 금시장 전면 개방을 추진하면서 귀금속 업계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 금 가격 괴리,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해외 업체에 유리하고 국내 업체에는 불리한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3일 한국주얼리산업단체총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까지 사흘간 여의도 KRX 사옥 앞에서 제도 개편 반대 집회를 열었다.
이번 KRX 운영규정 개정안의 핵심은 해외 금 생산업자에 대한 진입 규제 완화다. 런던귀금속시장협회(LBMA)가 인정한 외국 법인에는 KRX 회원 자격이 부여되며, 매출액 기준이나 사회적 신용 요건 등이 면제된다. 또한 제련업 경력, 생산량, 품질 관리 등 주요 심사 기준도 대부분 적용되지 않아 사실상 진입 장벽이 사라졌다는 평가다.
반면 국내 업체는 기존 규제를 그대로 적용받고 있다. 제조 비용이 높은 ‘민트바’ 형태로 금을 공급해야 하는 데다 수입 금에는 3% 관세가 부과돼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해외 업체에는 특혜를 주고 국내 업체에는 규제를 유지하는 역차별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이어지고 있다. 국가 전략자산 시장 개방이라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상위 기관인 금융위원회의 별도 심의 없이 KRX 내부 의결만으로 추진됐다는 점이 논란이다. 의견 수렴 역시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달 3일 비공식 자리에서 관련 내용이 처음 언급된 뒤, 6일 이메일을 통한 의견 조회가 유일한 공식 절차였고, 같은 달 16일 운영규정 개정이 공표됐다. 이후 업계 반발이 거세지자 31일에야 간담회가 추진되는 등 ‘사후 대응’에 그쳤다는 평가다.
업계 반발은 집단 행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의도 KRX 사옥 앞에서는 약 500여 명의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제도 개편 반대 집회가 열렸으며 참가자들은 “국내 산업 보호 없는 시장 개방 반대”, “역차별 중단” 등을 요구하며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
귀금속 업계는 이번 개편이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시장 개방을 둘러싼 ‘가격 안정’과 ‘산업 보호’ 간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제도 추진 과정에서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