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2.50%으로 동결했다. 이번 동결은 중동 전쟁 확산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창용 총재는 오는 20일 임기 만료를 앞두고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 중동 분쟁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을 경고하며, 차기 체제가 마주할 고환율·고물가 극복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 동결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 이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중동 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과 에너지 공급 차질 등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이라며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극심해진 상황에서 현재의 금리 수준을 유지하며 파급 영향을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이 총재는 중동발 공급 충격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현재의 충격이 일시적이라면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충격이 장기화돼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경우 정책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4년 임기를 마무리하는 소회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 임기 중 가장 아쉬운 점으로 ‘환율 안정’을 꼽으며 “최근 원화 약세는 중동 사태와 외국인 주식 매도 등 대외 요인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해 말과 달리 외환수급 불균형이 완화된 만큼 이번 사태가 진정되면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환율 개입은 시장의 쏠림을 막는 일시적 수단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또한 정부의 이번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대해 “예상보다 늘어난 초과 세수를 바탕으로 조달는 점은 국가 채무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재정 건전성 유지’라는 대원칙을 재확인했다. 특히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4조8000억원이 포함된 것은 경기 대응을 해야 하는데 기계적으로 초중고등학교 교육 예산으로 보내는 것이 합당한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수도권 집중 해소와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역설했다. 이 총재는 “서울을 비롯한 일부 핵심 지역은 가격 상승폭이 둔화되며 안정세를 찾아가는 모습이지만, 수도권 주변 지역은 여전히 기대 심리가 살아있어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부동산 가격 안정과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해 가계부채 대책 등 정부의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재임 기간 공을 들였던 통화정책의 투명성 강화와 디지털 혁신에 대해서도 자부심과 당부를 동시에 전했다. 시장과의 소통 수단인 ‘포워드 가이던스’의 정착을 위해 “정책의 조건부 성격을 시장이 충분히 수용하는 문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프로젝트 한강’으로 대표되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발전 계획이 차기 총재 체제에서도 흔들림 없이 추진돼야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서는 낮지만 예측 불가능한 국제 정세가 변수”라고 밝혔다. 그는 후임 총재가 마주할 가장 큰 도전으로 ‘고환율·고물가’의 위기 극복을 꼽으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교한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