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법정서 9개월 만에 대면…김 여사 40여개 질문에 증언 거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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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4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약 9개월 만에 대면했다. 두 사람 모두 형사재판을 받는 피고인 신분으로,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면서 법정 재회가 이뤄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는 이날 윤 전 대통령의 이른바 '명태균 여론조사 수수 사건' 속행 공판을 열고 김 여사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윤 전 대통령은 피고인석에, 김 여사는 그 대각선에 놓인 증인석에 각각 자리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재판이 시작된 뒤 증인 출입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교도관의 부축을 받아 법정에 들어온 김 여사를 바라봤다. 김 여사는 검은색 정장과 흰 셔츠 차림으로 출석했다. 증인 선서를 마친 뒤 자리에 앉은 김 여사를 향해 윤 전 대통령이 옅은 미소를 짓는 모습도 포착됐다. 반면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과 시선을 맞추지 않은 채 대체로 정면이나 아래를 응시했다.

 

이날 특검팀이 준비한 40여개의 질문에 대해 김 여사는 모두 증언을 거부했다. 다만 첫 질문인 '피고인 윤석열의 배우자가 맞느냐'는 물음에는 "네 맞습니다"라고 답했다. 이후에는 제시된 자료를 확인할 때를 제외하고 두 손을 모은 채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다.

 

증인신문은 약 30분 만에 종료됐다. 김 여사가 퇴정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자 윤 전 대통령은 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눈짓을 보냈다.

 

김 여사는 전날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때와 달리 이날은 증인선서에 앞서 스스로 마스크를 벗었다. 재판부는 개정 직후 "대법원 판례상 진술자의 태도와 표정 등도 신빙성 판단 자료가 된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판단해야 하는 대상자에 대해서는 마스크 착용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에 대한 증인신문은 특검팀 신청으로 이뤄졌다. 윤 전 대통령 측이 김 여사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 관련 증거에 동의하지 않자, 재판부가 직접 법정에서 질문할 기회를 주기로 한 것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김 여사가 법정에 나와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질문 기회는 줘야 한다"며 증인으로 채택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날 언론사의 법정 촬영 신청에 대해서는 허가하지 않았다. 특검팀도 별도 녹화 중계를 신청하지 않아 두 사람의 법정 대면은 영상으로 남지 않게 됐다.

 

윤 전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직접 얼굴을 마주한 것은 지난해 7월 10일 윤 전 대통령이 재구속된 이후 처음이다. 두 사람이 같은 날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한 적은 있었지만, 구치소 측이 이동 동선을 사전 조율하면서 법원 안에서 마주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여사와 공모해 2021년 4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로부터 총 2억700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58회를 무상으로 받은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여론조사 결과를 받은 대가로 2022년 6·1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공천받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다.

 

재판부는 서면증거 조사를 거쳐 다음 달 12일 심리를 종결하겠다고 밝혔다. 선고는 6월 중 이뤄질 전망이다.

 

정희원 기자 happy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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