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국내 수입차 시장의 최대 화두로 중국차가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테슬라가 주도해온 수입차 시장에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본격 가세하면서 경쟁 구도에도 변화 조짐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이미 BYD가 국내 시장 안착에 속도를 내고 있는 데다 지리 계열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까지 출격을 예고하면서, 하반기 수입차 시장은 가격과 상품성, 전동화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차의 부상은 단순한 신규 브랜드 진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국내 수입차 시장 자체가 이미 전동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서다. 최근 수입 승용차 시장은 친환경차 비중이 빠르게 확대되며 내연기관 중심 구조에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중심으로 무게추가 이동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전기차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브랜드가 파고들 공간도 그만큼 넓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BYD는 국내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중국 브랜드로 꼽힌다. 보급형 전기차를 앞세워 시장 접근성을 높인 데 이어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으로 라인업 확대에 나서며 외형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판매망과 서비스 네트워크를 함께 넓히겠다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초기 시장에서는 브랜드 인지도 자체가 약점으로 꼽혔지만,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상품 구성을 바탕으로 국내 소비자 접점을 빠르게 넓혀가는 분위기다.
하반기에는 지커의 진출 여부도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지커는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을 겨냥한 브랜드로, 국내 첫 모델로 중형 전기 SUV 투입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중국 현지에서 고급 소재와 첨단 사양, 긴 주행거리 등을 앞세워 존재감을 키워온 만큼, 국내에서도 가격 대비 상품성이 강점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와 기아의 주력 전기차는 물론 볼보,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기존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와의 경쟁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국차 공세는 브랜드 국적만으로 볼 일도 아니다. 생산지 기준으로 보면 이미 국내 수입차 시장에는 중국 생산 전기차가 깊숙이 들어와 있다. 테슬라와 폴스타 등도 중국 생산 물량을 앞세워 국내 시장에서 판매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중국은 이제 단순한 ‘후발 브랜드의 본거지’가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공급망의 핵심 생산 거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결과적으로 국내 소비자 입장에서는 브랜드 로고와 별개로 중국산 전기차와 경쟁하는 구도가 이미 현실화된 셈이다.
다만 중국차 확산의 관건은 결국 가격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 시장 안착 여부는 서비스망과 중고차 잔존가치, 품질 신뢰, 충전 편의성 등에서 판가름 날 가능성이 크다. 초기에는 ‘가성비’가 구매를 자극할 수 있지만, 판매가 일정 궤도에 오른 뒤에는 유지·보수 체계와 사고 수리 대응, 브랜드 신뢰도가 소비자 선택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 브랜드들도 판매 확대와 함께 애프터서비스 거점 확충에 공을 들이는 배경이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수입차 시장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테슬라, 중국 전기차 브랜드가 맞붙는 3파전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대중화가 본격화할수록 소비자들은 단순한 브랜드 이미지보다 실구매 가격과 주행거리, 편의사양, 충전 속도, 유지비를 더 촘촘히 따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다. 중국차의 진격은 더 이상 주변부의 실험이 아니라 국내 수입차 시장의 가격 질서와 경쟁 공식을 다시 짜는 본격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