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부터 존 터너스 애플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사진)이 애플을 새로 이끈다. 15년 만의 리더십 교체로 그간 애플의 성장을 주도한 팀 쿡 최고경영자(CEO)는 이사회 의장직을 맡는다.
터너스 부사장은 글로벌 시가총액 3위이자 2025년 회계연도 기준 연간 매출 4160억 달러(한화 약 612조3520억원)에 달하는 거대 기업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동시에 제품 및 하드웨어 전문가로서 쿡 CEO 재임 기간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혁신성을 일깨우는 것도 시급하다. 급변하는 인공지능(AI) 환경 속 그간 애플이 보여준 소극적인 태도에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지정학적 위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등 넘어야 할 장애물이 한둘이 아니다.
◆15년 만의 리더십 교체…내부 출신 엔지니어링 전문가 새 CEO로
애플은 오는 9월 1일부터 쿡 CEO가 CEO직에서 물러나 애플 이사회 의장을 맡고 터너스 부사장이 차기 CEO로 취임한다고 21일 발표했다. 이번 인사는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터너스 부사장은 CEO 취임 후 애플 이사회에 합류할 예정이다. 현재 애플의 비상임 회장인 아서 레빈슨은 같은 날 애플의 수석 독립이사가 된다.
이번 인사는 쿡 CEO가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2011년 잡스 사망 직전에 CEO 자리에 오른 이후 15년 만에 이뤄지는 리더십 변화다. 터너스 부사장이 공식 취임하면 애플의 여덟 번째 CEO가 된다.
애플은 “터너스 부사장은 아이패드와 에어팟을 비롯한 여러 신제품 라인 출시와 아이폰, 맥, 애플 워치의 여러 세대에 걸친 제품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터너스 부사장이 최근 출시된 ‘맥북 네오’, ‘아이폰 17프로’, ‘아이폰 17프로 맥스’, ‘아이폰 에어’ 등의 제품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터너스 부사장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후 버추얼 리서치 시스템즈에서 기계엔지니어로 근무했다. 이후 2001년 애플 제품 디자인팀에 합류해 2013년부터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쿡 CEO는 이날 “애플의 CEO로서 이처럼 특별한 회사를 이끌 수 있었던 건 제 인생 최고의 영광이었다”면서 “인수인계 과정에서 그리고 제가 새롭게 맡게 된 의장으로서 그와 긴밀히 협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AI 주도·공급망 관리·트럼프 관세 등 과제도
터너스 부사장 앞에 놓인 애플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선 AI 분야에서 소극적인 애플의 태도가 바뀌느냐가 관건이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주요 빅테크가 AI 시장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기 위해 매해 수천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지만, 애플은 좀처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있다. BBC는 “애플은 급증하는 AI 수요에 대응이 늦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결국 오픈AI의 챗GPT 기술을 자사 운영체제에 통합하기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쿡 CEO의 경영방침이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보다는 재정적 안정성에만 치우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사업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의 매출 비중이 높은 중국 및 기타 아시아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 여러 차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철회한 바 있다. 애플의 생산, 공급망 등 중국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의 글로벌 공급망 상위 100대 공급업체 중 80개가 중국기업이다. 애플의 대표 브랜드인 아이폰 생산의 무려 80%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진다. 미국 내 생산도 제품 단가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쉽지 않다. CNBC는 “애플은 점점 더 복잡해지는 공급망, 지정학적 긴장,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그리고 AI 칩 수요 급증으로 인한 메모리 부족 등 수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