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론 급증에 제동 건 금융당국…증가율 1%대 묶는다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 뉴시스
서울 시내 한 거리에 붙은 신용카드 대출 광고물. 뉴시스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면서 서민 급전 창구로 불리는 카드론 이용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이 1분기 만에 연간 대출 증가 목표치를 넘어선 가운데 당국이 증가율을 1%대 초반으로 묶으라는 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카드론 급증에 증가율 1%대 압박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카드사들에 올해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을 전년 말 대비 1~1.5% 수준으로 관리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카드사에 제시했던 목표치(3~5%)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로 사실상 증가세를 최소화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러한 조치는 카드론이 가계대출 규제를 우회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카드사들의 대출 잔액이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롯데·비씨·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 카드사의 지난 3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9942억원으로 집계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약 1.6% 증가한 규모로 연간 관리 목표치를 1분기 만에 넘어선 수준이다. 현금서비스 잔액도 같은 기간 증가세를 보였다. 

 

연초부터 목표치를 초과하면서 카드사들의 대응 부담도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상반기 내 목표 수준을 맞출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카드사는 대출 취급을 사실상 축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저신용자 자금 절벽 우려도

 

카드론 접근성이 떨어질 경우 자금 여력이 부족한 차주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카드론은 별도의 담보 없이 비교적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 저신용자의 단기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됐다. 

 

금융당국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중금리 대출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은행권 대출 규제로 비교적 신용도가 높은 차주들이 카드론 시장으로 유입된 상황에서, 중금리 대출 역시 이들에게 우선 공급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저신용자는 심사 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카드론을 포함한 비은행권 대출이 전반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확인된다. 한국은행이 실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서베이 결과’에 따르면 2분기 중 신용카드사를 포함한 비은행금융기관은 대출 태도를 전반적으로 강화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계부채 관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건전성 관리가 강화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히 카드론을 포함한 가계대출 부문에서 심사 기준이 한층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신용 차주의 자금 접근성을 더욱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금리 상승·리볼빙 부담 ‘이중압박’

 

카드업계의 경영 부담도 가중되는 분위기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과 경기 둔화에 따른 연체율 상승 가능성에 더해 대출 총량 규제까지 겹치면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만으로 취약 차주의 부담을 완전히 줄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은행권 대출 규제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차주들이 카드론 시장으로 유입된 만큼 중금리 대출에서도 이들이 우선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저신용자는 심사 과정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다른 대출성 상품인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2880억원으로 전월 대비 2687억원 증가했다. 반면 카드론 상환이 어려운 차주들이 이용하는 대환대출 잔액은 1조4947억원, 결제대금을 다음 달로 넘기는 리볼빙 이월 잔액은 6조6725억원으로 각각 소폭 감소했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는 “카드론 증가율을 1%대 초반으로 제한할 경우 단기적으로 저신용자의 급전 접근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카드론이 사실상 서민의 마지막 자금 조달 창구 역할을 해온 만큼, 공급을 일률적으로 축소하면 심사에서 밀린 취약 차주가 대부업 등 더 높은 금리의 시장으로 이동하거나 자금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금리 대출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실제로는 중금리 구간에서도 상대적으로 신용이 좋은 차주가 우선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취약 차주 보호를 위해서는 정책서민금융 확대, 정부 부분보증 강화, 연체 이전 단계의 조기경보 체계와 채무조정 지원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주희 기자 jh22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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