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모바일 서비스가 생활 플랫폼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과거 은행 앱이 계좌 조회와 이체, 예·적금 가입, 대출 신청 등 전통적인 금융 업무를 처리하는 창구였다면 최근에는 건강관리·문화생활·연금 운용·보험까지 흡수하며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금융상품 판매만으로는 고객 접점을 넓히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은행들이 앱 이용 빈도를 높이기 위해 비금융 콘텐츠와 인공지능(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달리기·공연까지 품은 은행권 생활서비스
KB국민은행은 달리기와 금융 혜택을 결합한 서비스를 내놨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KB스타뱅킹 러닝 서비스 ‘달리자’와 연계한 6개월 만기 자유적립식 적금 ‘KB달리자적금’을 출시했다. 만 14세 이상 개인 고객이 가입할 수 있으며, 월 1만원부터 30만원까지 납입 가능하다. 기본금리는 연 1.0%지만 달리기 기록과 모임통장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6.2%포인트의 우대금리가 더해져 최고 연 7.2% 금리를 받을 수 있다. 판매 한도는 20만좌다. 월 누적거리 10㎞ 이상, 21㎞ 이상, 42㎞ 이상 구간에 따라 우대금리가 차등 적용되는 구조로, 고객의 운동 습관을 금융 혜택으로 연결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리은행은 금융권에서 보기 드문 문화 플랫폼을 선보였다. 공연 창작자와 관객을 연결하는 문화예술 예매 플랫폼 ‘투더문’이다. 투더문은 공연 탐색부터 예매, 콘텐츠 소비까지 한 채널에서 이용할 수 있는 상생형 통합 플랫폼이다. 성수·홍대·이태원 등 주요 문화 상권을 중심으로 공연 정보를 제공하고, 공연 티저 영상과 아티스트 인터뷰, 비하인드 콘텐츠도 제공한다. 특히 ‘미니 스테이지’ 메뉴를 통해 신진 아티스트와 중소 공연기획사에 홍보 채널과 독립 예매 인프라를 지원한다. 우리은행은 우리WON뱅킹과 분리된 별도 앱·웹 환경과 전용 서버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량 제어 시스템과 매크로 방지 솔루션도 적용했다.
◆AI 연금관리부터 보험 선물까지
생활형 서비스와 함께 AI 기반 금융관리 서비스도 확대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새로워진 ‘NEW 하나원큐’를 통해 ‘AI연금투자 솔루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이 서비스는 연금자산의 적립부터 인출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구조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고객이 은퇴 시점, 목표 연금자산, 적립금액 등을 입력하면 AI가 주식·채권·대체자산 등 5개 자산으로 구성된 연금 적립 포트폴리오를 제안한다. 만 55세 이상 개인형 IRP 고객은 연금수령 주기와 기간, 금액 등을 설정하면 펀드·상장지수펀드(ETF)·예금 등 6개 자산으로 구성된 인출 포트폴리오를 제시받을 수 있다. 인출기 솔루션은 투자성향과 연금수령 목표를 분석해 1000개 이상 포트폴리오 조합을 생성하고, 투자상품 후보군은 시장환경에 따라 매일 업데이트된다.
IBK기업은행은 일상 속 디지털 금융 서비스 확대에 나섰다. 기업은행은 ‘i-ONE Bank’ 앱에서 ‘보험 선물하기’ 서비스를 출시했다. 고객이 가족이나 지인에게 보험을 선물하면 수신자에게 가입 안내 문자가 발송되고, 수신자는 해당 문자를 통해 간편하게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보험료는 선물한 고객이 부담하며, 수신자는 계약자이자 피보험자로서 보장을 받는 구조다. 기업은행은 서비스 출시를 기념해 6월 6일까지 비대면 퀴즈 이벤트도 진행한다. 이벤트 기간 퀴즈 정답자 중 추첨을 통해 총 300명에게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기프티콘을 제공한다. 기업은행은 보험 선물하기를 가족과 지인에게 마음을 전하는 디지털 금융 서비스로 보고, 생활 속에서 이용할 수 있는 비대면 서비스를 지속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은행권의 이 같은 서비스 경쟁은 예대마진 중심의 전통 영업에서 벗어나 고객 접점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모바일뱅킹 이용이 일상화되면서 단순 금융거래 기능만으로는 앱 체류 시간과 재방문율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들은 건강관리와 문화콘텐츠 같은 생활형 서비스로 고객 유입을 늘리는 동시에, 연금관리와 보험 등 기존 금융 서비스에는 AI와 비대면 기능을 접목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