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7일 불기둥을 뿜은 반도체 대형주에 힘입어 전날 팔천피 탈환의 기세를 이어갔다. 개장 직후부터 유가증권시장에 매수 사이드카가 걸린 가운데 지수는 장중 8400선을 넘나들며 하루 만에 신기록을 다시 썼다. 지금과 같은 속도라면 천상의 지수대인 일만피 도달 시점도 예상보다 빨라질 걸로 예상된다.
코스피는 이날 전장 대비 181.19포인트(2.25%) 뛴 8228.70에 장을 마쳐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를 하루 만에 경신했다.
전장 대비 194.61포인트(2.42%) 오른 8242.12로 출발한 지수는 종일 강세를 유지했으나 장 후반 오름폭을 일부 반납했다. 장 중에는 8457.09까지 치솟아 8400선 고지에도 잠시 올라섰다.
코스피는 전날 종가 기준 팔천피에 안착한데 이어 이날 기존 장중 최고치였던 8131.15마저 개장과 동시에 뛰어넘었다. 이같은 급등장에 유가증권시장에선 개장 6분 만에 코스피200선물지수 변동으로 올들어 10번째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투자자간 치열한 수급 눈치싸움이 벌어졌다. 외국인이 4490억원을 순매도해 14거래일 연속 팔자 행보를 이어간 반면, 개인은 기관과 손잡아 각각 4039억원과 1899억원의 매수 우위를 보였다.
이번에도 반도체 대형주가 동반 신고가를 경신하며 용트림하듯 불을 뿜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9.31%에 오른 224만3000원에 장을 마쳤는데, 시가총액도 가파르게 불어나 국내에선 이달 6일 삼성전자에 이은 두 번째로 시총 1조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아시아에선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세번째로 올린 대기록이다.
미국 시가총액 조사 사이트 컴퍼니즈마켓캡은 이날 SK하이닉스의 시총 1조600억달러로 집계했다. SK하이닉스는 전세계 주요기업 시총 순위에서 삼성전자(11위∙1조3420억달러)에 이은 12위에 자리했다. 두 회사보다 몸집이 큰 기업은 엔비디아∙알파벳(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을 비롯해 TSMC∙브로드컴∙아람코∙테슬라∙메타(페이스북) 뿐이다.
그간 삼성전자의 발목을 잡아왔던 임금 교섭을 둘러싼 노조 총파업 이슈도 이날 일단락되면서 삼성전자(2.68%)도 30만700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아울러 이날 첫 선을 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대규모 자금이 유입된 점도 지수에 영향을 미쳤을 걸로 보인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팔천피 돌파 이후에도 이익 추정치 상향 흐름이 지속되며 지수 밸류에이션 부담이 아직도 적은 상황이라고 말한다. 일만피 시대가 기대보다 빨리 열릴 수 있어 보이는 이유다.
지난주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를 마지막으로 올 1분기 어닝 시즌이 호실적으로 마무리된 가운데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이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들어서도 반도체는 없어도 못 팔 정도로 수출이 잘 되고 있는 데다, 1500원을 웃도는 원달러 환율도 국내 수출주 기업 이익에는 우호적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동) 전쟁이란 악재는 큰 흐름에서 변동성으로 작용할 뿐 결국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이 더 강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여전히 코스피 상승 추세는 견조히 유지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노성우 기자 sungcow@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