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IT 스토리] 메모리 3사 거침없는 질주…나란히 1조달러 클럽 ‘우뚝’

삼성전자, 메모리 빅3 중 처음으로 시총 1조 달러 돌파
극심한 수급불균형 속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등 덕 톡톡
하이퍼 스케일러 장기계약 잇따라…"실적 변동성 줄어 호재"

우리는 어제의 혁신이 오늘의 상식이 되는 속도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제 IT를 알아야 시대를 읽을 수 있습니다. [오현승의 IT 스토리]가 세상을 움직이는 기술의 흐름, 그 중심에 꼭 필요한 이야기만 골라 전합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지난달 6일 1조 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1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달러 환산 기준 시총은 1조519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 사옥에 사기가 휘날리고 있다. 오현승 기자

 

 최근 뉴욕타임스는 월가와 정치권의 시선이 메모리 반도체로 옮겨갔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AI 데이터센터 확충 붐이 전 세계적으로 한층 더 격렬해지면서 고성능 고대역폭 메모리(HBM)뿐만 아니라 고용량 D램과 기업용 SSD(eSSD)의 가격이 급등했다고 짚었다.

 

 메모리 반도체가 전례 없는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메모리 반도체 ‘빅3’의 시가총액 증가세에서 잘 드러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 이른바 메모리 3사의 시총은 지난달을 기점으로 일제히 1조 달러를 넘어섰다. 과거 사이클 산업이란 특성 탓에 제 가치를 평가받지 못했지만, 최근엔 AI 열풍이 촉발한 반도체 슈퍼사이클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 메모리 ‘빅3’, 글로벌 시총 10위권 껑충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 기준 삼성전자의 시총은 1조 3820억 달러로 전 세계 11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각각 1조 990억 달러, 1조 950억 달러로 각각 12, 13위에 랭크됐다. 메모리 반도체 3사의 시총이 올해 5월을 기점으로 나란히 시총 규모 1조 달러를 넘어섰다. 파이낸셜타임즈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삼성전자의 최근 1년 새 주가 상승률은 각각 1007%, 859%, 469%에 이른다.

 

P&T7이 들어설 청주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부지. P&T7은 HBM 등 AI 메모리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어드밴스드 패키징 전용 팹이다. SK하이닉스 제공

 

 이는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초호황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AI 가속기 시스템 전체 비용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제 4분의 1을 넘어섰을 정도다. AI가 단순 챗봇을 넘어 코딩 에이전트 등으로 확장하면서 필요한 컴퓨팅 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고, 이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크게 급증했다. AI 데이터센터향 HBM 시장은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3사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국내 반도체 양강 역시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HBM 시장에서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시장점유율은 57%에 이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세계 최초로 차세대 AI 가속기의 핵심이 될 HBM4E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전격 공급했다.

 

 

 고성능 HBM뿐만 아니라 고용량 D램과 eSSD 가격도 크게 뛰는 등 시장 환경은 메모리 제조사에 우호적이다. 산업통상부가 내놓은 4월 수출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DDR4 8Gb의 가격은 지난해 4월 1.65달러에서 올해 4월 16.0달러로 870% 치솟았고, 같은 기간 DDR5 16Gb와 낸드 128Gb의 가격은 각각 662%, 766% 급등한 35.0달러, 24.2% 달러에 달했다. HBM 공급 부족 현상이 범용 D램으로 옮겨가면서 범용 D램의 수익률이 HBM을 앞지르는 현상도 발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과거 수차례 경험한 메모리 상승 사이클을 뛰어넘는 가격 상승 트렌드가 이미 현실화됐다”면서 “범용 D램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며 변동성이 제한됐던 HBM까지 가격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UBS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마이크론 목표주가를 종전 535달러에서 1625달러로 세 배가량 올려잡았다.

 

◆ AI 투자 늘리는 빅테크…장기계약에 웃는 메모리 빅3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아마존웹서비스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인프라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리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이들은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 규모를 지속해서 증액하고 있다. 올해 투자 전망치는 8000억 달러에 이른다. 하이퍼 스케일러들은 특히 인프라 예산의 상당 부분을 고성능 고용량 메모리 칩 확보에 투입하고 있는데, 이러한 흐름 역시 메모리 반도체 제조사들이 고스란히 수혜를 입는 구조다.

 

 반도체 산업의 구조가 장기공급계약(LTA)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메모리 공급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주요 빅테크는 안정적 물량 확보를 위해 LTA 체결을 확대하고 있다. 과거와 달리 가격 상승 시 추가금액 지급, 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 지급 등 공급업체에 유리한 조건도 삽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메모리 3사의 이익 안정성은 더욱 높아진다. 

 

 마이크론은 지난 4월 13일 회계연도 2026년 2분기 실적발표에서 5년짜리 LTA 체결 소식을 알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비슷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1분기 콘퍼런스 콜에서 “일부 고객사와 LTA를 완료했다”고 전했다. SK하이닉스도 마이크로소프트와의 LTA 체결이 유력한 상황이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위원은 “최근에 고객사들로부터 요청이 많았던 LTA가 하나하나 성사되면서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변동성 축소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장기계약은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변화의 시작점이라 판단한다”면서도 “중국 내 국산화 시도에 따른 HBM과 DDR5 등 고성능 메모리에 대한 기술 격차 축소는 시장점유율 축소와 평균판매단가(ASP)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는 요소”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HBM4E 12단 제품이 세계 최초로 글로벌 고객사에 출하되는 모습. 삼성전자 제공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