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 끝없는 오뚜기 정신…‘14번째 도전’ 익산 박경철·‘6전 7기’ 대구 박형룡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마무리된 가운데 낙선에도 불구하고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긴 두 후보의 행보가 정가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단일 지역구 14회 출마 기록을 세운 무소속 박경철 전 익산시장 후보와 보수의 성지에서 40%가 넘는 득표율을 기록한 더불어민주당 박형룡 후보가 그 주인공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거둔 표심의 무게와 수십 년간 이어온 도전의 궤적에 주목하고 있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1988년 13대 총선을 시작으로 통산 14번째 도전장을 낸 박경철(무소속) 전 익산시장이 또다시 고배를 마셨다. 이번 익산시장 선거에서 최정호 당선인이 9만9550표(74.70%)로 당선을 확정 지은 반면, 박경철 후보는 6456표(4.84%)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박 전 시장은 이번 낙선으로 통산 전적 1승 13패라는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그는 13대 총선 이후 국회의원 선거에 6번, 익산시장 선거에 8번 출마했다. 국내 선거를 통틀어 단일 지역구에서 국회의원과 기초단체장에 14번 연속 출격한 사례는 그가 유일하다. 거듭된 패배에도 끊임없이 민심의 문을 두드리는 그를 향해 지역 정가에서는 ‘선거판 오뚜기’라는 상징적인 수식어를 붙였다.

 

시민단체 출신인 그가 선거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88년이다. 당시 한겨레민주당 공천을 받아 출마했으나 평화민주당 이협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이후 줄곧 무소속 노선을 고수하던 그는 2014년 지방선거에서 3선 고지를 노리던 이한수 전 익산시장을 꺾고 마침내 첫 승리를 거뒀다.

 

12번째 도전 끝에 거머쥔 시장직이었으나 영광은 짧았다. 부임 1년여 만인 2015년 10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0만원이 확정되면서 중도 낙마했다. 피선거권을 회복하고 7년간 절치부심한 끝에 2022년 제8회 지방선거를 통해 복귀를 노렸으나 아쉽게도 득표율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러한 도전의 흐름은 영남의 보수 텃밭인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로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이진숙 후보가 59.06%의 득표율로 당선됐으나,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박형룡 후보 역시 40.93%를 확보하며 지역 정가로부터 ‘의미 있는 패배’라는 평가를 받았다.

 

경북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시민운동을 거쳐 정치에 입문한 박 후보는 이번이 통산 7번째 낙선이다. 대구 지역에서만 줄곧 출마해 왔으며, 달성군 지역구 도전은 이번이 세번째다.

 

당초 이번 선거는 박 후보의 고전이 예견된 싸움이었다. 직전 치러진 22대 총선 당시 달성군에서 추경호 전 의원(75.31%)과 박 후보(24.68%)의 격차는 50.63%포인트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 후보는 이번 보궐선거에서 과거 자신이 얻었던 득표율보다 10%포인트 이상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는 30여년간 대구 바닥 민심을 다져온 행보와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정책조정실장 이력 등이 주효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지방 살리기 전문가’라는 인물론이 부각되면서 상대적으로 연고가 옅은 이 당선인과 차별화를 이룬 점도 표심을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주다솔 기자 gives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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