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된 가운데, ‘빚투(신용거래융자)’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까지 불어나면서 대규모 반대매매(강제청산)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8.29% 급락하며 7484.41포인트에 마감했다. 지수가 폭락하자 한국거래소는 개장 직후 3분 만에 매매거래 일시중단(1단계 서킷브레이커)을 발동했다.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전일 종가 대비 8% 이상 하락한 상태가 1분간 지속될 때 20분간 매매를 중단하는 조치다. 오후 장에서는 코스닥 시장에도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 이날 코스닥 지수는 9.08% 급락한 911.39포인트에 장을 마쳤다.
이번 폭락은 미국발 반도체주 급락 여파와 금리 인상 우려가 확산된 결과로, 이른바 ‘검은 월요일’이 현실화됐다. 앞서 뉴욕증시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며 투자심리가 급랭했다. 여기에 브로드컴이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AI 반도체 매출 실적 전망을 상향하지 않으면서 업황 우려까지 가세했다. 이에 국내 대표 반도체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각각 10.18%, 7.68% 하락하며 ‘30만전자’와 ‘200만닉스’ 선을 반납했다.
문제는 시장 불안이 고조되는 와중에 개인 투자자의 레버리지(차입) 투자 규모가 역대 최대치라는 점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한 달 전보다 3조 원 이상 증가한 28조317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코스닥 시장을 포함한 전체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7조7400억 원에 달한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자기자금에 증권사 대출금을 보태 주식을 매수한 후 갚지 않은 금액으로, 개인들의 공격적인 레버리지 투자 수요를 보여주는 지표다.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이 같은 ‘빚투’는 부메랑이 된다. 투자자가 빌린 자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거나 담보비율이 유지 기준 아래로 떨어지면 증권사는 보유 주식을 강제로 처분(반대매매)한다. 실제로 지난달 반대매매 금액은 7946억원으로 전월(2642억원)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대규모 반대매매는 추가적인 주가 하락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반대매매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해 시장 전체를 뒤흔들 수 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발간한 ‘개인 레버리지 주식투자 현황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위험성을 경고했다. 한은은 “개인 레버리지 투자 누증 부담은 주가 급락 과정에서 반대매매 등을 통해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해 연쇄 매물을 출회시키고, 주가 변동성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여기에 외국인·기관의 선제적 포트폴리오 리스크 관리, 선물·옵션 포지션 청산 등이 가세하면서 주가 하방 압력을 일시에 가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노희선 온라인 기자 ahrfus3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