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호조로 올해 최소 15조원 이상의 대규모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이를 활용할 재정 운용의 패러다임 전환에 착수했다. 초과세수를 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미래 투자’의 마중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재정정책 수립 및 예산 및 기금 편성과 집행을 담당하는 기획예산처는 초과 세수 활용방안에 관해 다양한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번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초과세수 활용 방안에 대해 “가장 중점적으로는 미래 세대를 위한, 또 대한민국의 성장 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에 투자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정부 안팎에서는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가칭 ‘미래대응기금’ 조성 방안이 급부상하고 있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초과세수로 인해 발생하는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세 정산과 공적자금 상환, 국채 상환 등에 우선 사용되도록 엄격히 제한돼 있다. 하지만 별도의 독립된 기금을 신설해 재원을 적립해 두면, 국가재정 시스템의 제약에 상대적으로 덜 구애받으면서 미래 신산업 육성이나 첨단 첨단산업 발전을 위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자금을 집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재정법 개정이나 별도 특별법 제정이라는 입법 절차가 선행돼 한다.
이와 함께 초과세수를 올 하반기 출범 예정인 ‘한국형 국부펀드’에 전격 투입하는 구상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초과세수는 국부펀드 재원으로 활용하고, 그걸로 또 돈을 버는 선순환 구조를 가져가려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당초 공기업 지분이나 상속세 물납주식 등 현물자산을 기반으로 약 20조원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할 계획이었으나, 여기에 반도체발 초과세수를 대거 추가 투입해 자산 운용 규모를 대폭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싱가포르의 테마섹처럼 국가 자산을 전문적으로 운용해 장기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미래세대의 자산으로 축적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투자 방식과 주도권을 두고 기금을 주장하는 기획처와 국부펀드를 추진하는 재경부 간의 정책 조율은 과제로 남아있다. 추가경정예산·국채상환안도 열려있다. 핵심인 국부펀드와 미래기금 방안은 다각적인 검토를 거쳐 늦어도 오는 8월 말 전후로 구체적인 대규모 장기 투자 프로젝트와 함께 최종 확정 및 발표될 전망이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